A4용지에 관한 단상 A4용지에 관한 단상 박 해 성 그대, 늘 무표정한 백의白衣의 테러리스트 밀림 속 빗소리가 동공 깊이 배어있다 톱날에 이냥 버히던 비명이 덜 마른 걸까? 태양의 암호거나 바람의 진술 받아 적은 안태본 나이테며 새소리 다 풀어낸 몸 하 숱한 담금질 끝에 전생마저 토설하고 이승 반, 저승 반쯤 맨발로 .. 박해성의 시조 2011.02.05
오디세이아, 2010 - 냉동실 탐사기 오디세이아, 2010 - 냉동실 탐사기 박 해 성 1. 여기는 영하 20˚C, 절대 암흑의 동토 난바다 포로들이 모로 누워 숨죽인다 강요된 침묵의 서슬에 아가미 울컥, 붉은 마지막 파도소리 환청인 듯 맴도는데 송곳 같은 한기가 임파선을 대지른다, 난세의 멀미조차도 날것인 채 얼어붙고 한때는 객기만으로 세.. 박해성의 시조 2011.02.03
02시 30분 02시 30분 박 해 성 진술거부, 말문 닫은 매운 라면 앙가슴에 꼬불꼬불 요지부동 뒤엉킨 옥셈을 푼다 적막이 흐드러진 꽃밭 편두통도 피고지고 맹물 짤짤 끓을 때쯤 속내 털어 붓는다, 쫄깃한 시름 몇 올 젓가락으로 되작이는 지금은 새벽 두시 반, 만성허기 알싸한데 너무 짜게 먹지 마라 .. 박해성의 시조 2011.02.03
수련 수련 박 해 성 재앙의 낮달 삼킨 너였구나, 오필리아*! 덜 삭은 그리움이 질식할 듯 목에 걸려 불면에 부르튼 입술 오늘에야 말문 여는, 바람의 뒤를 쫒다 무릎 깨진 구름처럼 빈 하늘 헤매다 지쳐 절며 절며 오시는가 질척한 생의 언저리 울컥 터진 붉은 울음 *세익스피어의 <햄릿>.. 박해성의 시조 2011.02.03
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 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 박 해 성 내 윗대 할아버지는 몽골의 전사라 했지, 본디 고운 할머니는 여진족 규수였는데 청동기 거울을 깨고 게르 촌으로 도망쳤단다 개기월식 개인 후에 귀 큰 아이 태어났지, 금모래빛 살결에 엉덩이 푸른 반점 절반은 바람이 키운 대륙의 아들이시.. 박해성의 시조 2011.02.03
명동축제 명동 축제 박 해 성 섬섬약골 시도 죽고 시인도 죽은 유행특구 비보이 전사 납신다, 정수리 지구를 이고 화장발 한껏 짙어진 명동은 지금 거나하다 무국적 비빔밥 같은 음악에 이냥 홀려 거리는 덜컥, 열렸다만 나 홀로 캄캄하다 신석기 밀림에서 온 초식성 외뿔소처럼 그대 진지하거나 감히 평범하지 .. 박해성의 시조 2011.02.03
몽자류 소설처럼 몽자류夢字類 소설처럼 박해성 세잔의 정물화처럼 풍요로운 저녁 식탁 수도꼭지 비틀면 코카콜라가 쏟아지지 무너진 어느 왕조의 쓰디쓴 사약 같은 창 밖엔 그날다이 백기를 흔드는 눈발 절반쯤 놓쳐버린 외국영화 자막인 양 적멸의 ‘뉴 타운’에는 세월 그리 흘려놓고 때로는 목차에 없는 생이별.. 박해성의 시조 201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