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作 방파제를 바라보며 엉거주춤 주저앉은 포장마차는 바람이 불 때마다 곧 날아갈 듯 죽지를 퍼덕인다 노가리를 구워놓고 재채기하듯 이별을 고하는 남자 그 앞에서 여자가 운다, 나는 번데기를 좋아하고 당신은 나비를 좋아하지 소주잔을 비우며 그가 중얼거린다 그래, 어차피 그게 그거니까… 자, 한잔 더 술맛도 모르면서 무슨 시를 쓰니, 밤꽃이 흐드러진 유월 숲을 등지고 서 있던 사람 얼굴을 반쯤 덮은 수염이 고독처럼 이글거렸다 너는 시를 사랑하고 나는 신을 사랑하지, 경전을 요약하듯 건조체로 시작한 그의 말에 나는 벌 쏘인 듯 심장이 얼얼했다 어차피 그게 그거니까 자, 마지막으로 딱 한잔만 부두에 묶인 배처럼 우주로 가는 로켓처럼 엑소더스를 꿈꾸는 걸까, 엉덩이를 들썩이는 포장마차 거기서 파는 안주는 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