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 110

202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적당한 힘                                        김정미(필명 김도은)​새를 쥐어 보았습니까?새를 쥐고 있으면이 적당한 힘을 배우려 학교엘 다녔고 친구와 다퉜고매일 아침 창문을 열고 온갖 소리를 가늠하려 했었던 일을 이해하게 된다​온기는 왜 부서지지 않을까.​여러 개의 복숭아가 요일마다 떨어지고떨어진 것들은 정성을 다해 멍이 들고 꼼지락거리는애벌레를 키운다​서로 다른 힘을 배치하는 짓무른 것들의 자세새로운 패를 끼워 넣고 익숙한 것을 바꿔 넣으면손을 빠져나간 접시가 깨졌고칠월이 손에서 으깨어졌고몇몇 악수(握手)가 불화를 겪었다​세상의 손잡이들과 불화하든친교를 하든모두 적당한 힘의 영역이었을 뿐몰래 쥐여준 의심과 아무렇게나 손에 쥐고 ..

신춘문예 시 2025.01.02

202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담​                                      ​ 박연 ​​우, 너는 언젠가 영가들은 창문으로 다닌다는 말을 했지. 그 뒤로 밤이 되면 커튼을 처두었다. 낯선 영가가 갑자기 어깨를 두드릴까 봐 ​두려운 일은 왜 매일 새롭게 생겨날까. 가자지구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 소년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쏘았겠지. 총알이 통과한 어린 이마와 심장. 고구마 줄기 무침 먹으면서 봤다. 전쟁을 멈추지 않는 나이 든 얼굴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빌미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말을 들었어. 맨발로 거리를 걷고 싶다. 너는 내가 추워 할 때 입김을 불어줄 테지, 거리에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입혀 둔 스웨터를 보자. 보라..

신춘문예 시 2025.01.02

2025 문화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5 문화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광명기업​ 김용희​외국인 친구를 사귀려면 여기로 와요 압둘, 쿤, 표씨투 친해지면 각자의 신에게 기도해줄 거예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글로벌 회사랍니다 요즘은 각자도생이라지만 도는 멀고 생은 가까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해요 매운맛 짠맛 단맛 모두 준비되어 있어요 성실한 태양 아래 정직한 땀을 흘려봐요 투자에 실패해 실성한 사람 하나쯤 알고 있지 않나요? 압둘, 땀 흘리고 먹는 점심은 맛있지? 압둘이 얘기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입맛이 없어요 농담도 잘하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봐요 쿤과 표씨투가 싱긋 웃습니다​서서히​표정을 잃게 되어도 주머니가​빵 빵 해질 거예요 배부를 거예요​소속이란 등껍질을 가져봐요 노동자란 명찰을 달아주고 하루의 휴일을 선물해 ..

신춘문예 시 2025.01.02

202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책가도​                         이수국​​나는 살았지만 죽은 사람오크 향 원목 책장을 창문 앞에 세웠다책을 좋아한 왕이 책가도(冊架圖)를 세워 일월오봉도를 가렸듯햇살과 달이 가려진 방창틈으로 들어온 빛이 어둠을 가른다박물관 유리문 너머 책가도가로와 세로의 배열 속, 그림 위에 꽂힌 천년의 페이지들그림 속 책을 보던 왕과유리문 안을 보는 내 눈이 책가도 위에서 만났다그림 한구석 은밀히 쓴 화공의 이름이 흔들렸다책장 바닥에 그늘 한 권을 괴자 몸이 중심을 잡는다무너지던 중력을 다시 세운 건 한 권의 책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기대고 있는 책을 꺼내면그들의 체온이 손끝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오고작가를 지우며 작가를 꽂는다이럴 때 사전을..

신춘문예 시 2025.01.02

202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애도                                이희수​거대한 알이 깨지고 흰자처럼달이 흘러나왔다 어둠이 왔다​여자는 폐건전지를 투명하고 긴 통에 모은다 위험한 유리 기둥이 나타난다 고요로 쌓은 돌무덤과 따로 함께였다가 함께 혼자인 구석이 생겨난다 주석이 본문보다 더 긴 하루이다 분리 수거를 마친​여자는 댓글을 읽는다 잘근잘근 씹으며 누군가를 죽이는 잔뜩 벌린 입이 있다 냉장고 문 손잡이를 잡고 여자는 가만히 얼어붙는다 쥐도 새도 모르게 누군가 죽어가는 꾸욱 다문 입이 있다 거대한 얼음이 냉장고에서 걸어나와 빙수 기계에 올라앉는다 뼛가루가 수북해질 때까지 돌리고 돌려도 끝끝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여자는 새발뜨기를 한다 새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발자..

신춘문예 시 2025.01.02

202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아름다운 눈사람​ 이수빈​선생님이 급하게 교무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신다 나는 두 손을 내민다 선생님이 장갑을 끼워주신다 목장갑 위에 비닐장갑을 끼우고 실핀으로 단단히 고정해주신다 나는 손을 쥐었다 편다 부스럭 소리가 난다 마음 편히 놀아 선생님이 말씀하신다​운동장 위로 얕게 쌓인 눈 새하얗고 둥글어야 해 아이들이 말한다 눈을 아무리 세게 쥐어도 뭉쳐지지 않고 흩어진다 작은 바람에 쉽게 날아간다 흙덩이 같은 눈덩이를 안고 있는 아이들 드러누워 눈을 감고 입을 벌리는 아이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다룬다 개를 쓰다듬듯 품에 안은 채 몇 번이고 어루만진다 눈덩이가 매끈하고 단단해진다 아주 새하얗고 둥근 모양의 완벽한 눈덩이를 갖는다​눈덩이가 내 품속에 있어서 나는 세상을..

신춘문예 시 2025.01.02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예의  최경민 옆자리가 그랬다살아있으면 유기동물 구조협회구요죽어있으면 청소업체예요​나도 알고 있다지금 나가면누울 자리를 뺏긴다는 걸​그래도 가야 한다새벽에 하는 연민을이해하지 못하면서​반대편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불쌍했다고 말했다​불행히도 고양이는새벽에 일어난 우리들보다조금 더 불쌍하다​그래도다 보고 올까요죽어있는 것도살아있는 것도​우리는 그러기로 했다관할구역 끝까지 갔다사실은 좋아하지 않는 걸 하는 게기본 예의가 아닐까생각하면서​[출처] https://www.segye.com/news

신춘문예 시 20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