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45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남수우 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의 뒷모습이었네 그는 그 먼 곳을 안으러 간다고 했다 절뚝이며 그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내가 방을 돌보는 동안 거실의 소란이 문틈을 흔든다 본드로 붙여둔 유리잔 손잡이처럼 들킬까 봐 자꾸만 귀가 자랐다 문밖이 가둔 이불 속에서 나는 한쪽 다리로 풍경을 옮기는 사람을 본다 이곳이 아니길 이곳이 아닌 나머지이길 중얼거릴수록 그가 흐릿해졌다 이마를 기억한 손이 거울 끝까지 굴러가 있었다 거실의 빛이 문틈을 가를 때 그는 이 방을 겨눌 것이다 번쩍이는 총구를 지구 끝까지 늘리며 제 뒤통수를 겨냥한다 해도 누구의 탓은 아니지 거울에 남은 손자국을 따라 짚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게..

신춘문예 시 2021.01.04

202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돌의 찬 손이 이마를 짚어주다 백향옥 부풀어 오르는 흙이 좋아 맨발로 숲을 걸었다 바닷물에 발을 씻다가 만난 돌은 손바닥에 꼭 맞는 매끄러운 초승달 모양 열병을 앓을 때 이마를 짚어주던 당신의 찬 손 분주하게 손을 닦던 앞치마에 묻어 온 불 냄새, 바람 냄새, 놀란 목소리 곁에 앉아 날뛰는 맥을 지그시 눌러 식혀주던 손길 같은 차가운 돌을 쥐고 있으면 들뜬 열이 내려가고 멋대로 넘어가는 페이지를 눌러두기에 좋았는데 어느 날 도서관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버렸다 몸 깊은 곳에서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놓친 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두 동강 난 돌을 잇대보았지만 깨진 돌은 하나가 될 수 없고 가슴에서 시작된 실금이 무섭게 자라났다 식었다 뜨거워지는 온도 차이가 ..

신춘문예 시 2021.01.04

202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야간 산행 여한솔 공룡처럼 죽고 싶어 왜 뼈가 남고 자세가 남고 내가 연구되고 싶어 몸 안의 물이 마르고 풀도 세포도 가뭄인 형태로 내가 잠을 자거나 울고 있던 모습을 누군가 오래 바라볼 연구실 사람도 유령도 먼 미래도 아니고 실패한 유전처럼 석유의 원료가 된대 흩어진 눈빛만 가졌대 구멍 난 얼굴뼈에서 슬픔의 가설을 세워 준 사람 가장 유력한 슬픔은 불 꺼진 연구실에서 흘러나왔지 엎드린 마음이란 혼자를 깊이 묻는 일 오래 봐줄 것이 필요해 외계인이거나 우리거나 눈을 맞추지 뼈의 일들 원과 직선의 미로 속으로 연구원이 잠에 빠진다 이게 우리의 이야기 강이 비추는 어둠 속에서 신발 끈을 묶고 발밑을 살펴 걷는 동안의 [당선소감] 소감을 적어 내리려는데 왜 이럴 땐 ..

신춘문예 시 2021.01.04

202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1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고독사가 고독에게 ​ 박소미 ​ ​​ 나는 자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태동을 알아채는 침묵 이전의 기억 밑으로 밑으로, 웅크리고 있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재생에 몰두한다 어느 애도가 부재를 지나 탯줄로 돌아올 때까지, 타자의 몸속을 오가는 이 반복은 고고학에 가깝다 생환의 뒷면은 그저 칠흑 덩어리일까 벽과 벽 사이 미세한 빗살로 존재할 것 같은 한숨이 어둠 안쪽 냉기를 만진다 사금파리 녹여 옹기 만들 듯 이 슬픔을 별자리로 완성케 하는 일, 아슴푸레 떨어지는 눈물도 통로가 될까 북녘으로 넘어가는 해거름이 창문 안으로 울컥, 쏟아져 내린다 살갗에 도착한 바람은 몇 만 년 전 말라버린 강의 퇴적, 불을 켜지 않아도 여기는 발굴되지 않는 유적이다 잊기 위해 다..

신춘문예 시 2021.01.04

202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1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변성기 ​ 김수원​ ​ 접시는 바꿔요 어제 같은 식탁은 맞지 않아요 초승달을 키우느라 뒷면이었죠 숨기고 싶은 오늘의 숲이 자라요 깊어지는 동굴이 있죠 전신거울 앞에서 말을 터요 알몸과 알몸이 서로에게 내 몸에서 나를 꺼내면 서로 모르는 사람 우리는 우리로부터 낯설어지기 위해 자라나요 엄마는 앞치마를 풀지 않죠 지난 앨범 속에서 웃어야지 하나, 둘, 셋, 셔터만 누 르고 있죠 식탁을 벗어나요 눈 덮인 국경을 넘어 광장에서의 악수와 뒤집힌 스노우볼의 노래, 흔들리 는 횡단열차와 끝없이 이어지는 눈사람 이야기, 말을 건너오는 눈빛들과 기울어지는 종탑과 나무에서 나무와 나무까지 밝아지는 모르는 색으로 달을 채워요 접시에 한가득 마트료시카는 처음 맛본 나의 목소리 달 ..

신춘문예 시 2021.01.04

202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작품공모

2020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62세에 소설가로 데뷔한 김수영씨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당선 비결을 밝혔습니다. 새벽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 치열하게 글을 써온 또 다른 신인 작가를 찾습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백석·김동리·김유정·정비석·최인호 등 한국 문학사의 큰 별들을 배출해왔습니다. 현역 문인으로 소설가 황석영·최수철·김인숙, 시인 정호승·장석주·심보선, 문학평론가 김화영·이남호 등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그 뒤를 이어 참신하고 패기 넘치는 글로 한국 문학을 이끌 작가를 기다립니다. 접수 마감은 12월 7일. ▲8부문별 고료 ―시(3편 이상) 500만원 ―시조·동시(각 3편 이상) 각 300만원 ―단편소설(원고지 80장 안팎) 700만원 ―동화(원고지 25장 안팎) 300..

문학공모소식 2020.11.19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작품공모

1925년 국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도입한 이래 황순원, 서정주, 김동리, 윤석중 등 한국 문학의 대표 작가들을 배출해 온 동아일보사가 2021년 신춘문예 작품을 12월 4일(금)까지 공모합니다. 중편소설 당선작은 ‘동아 인산(仁山)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해 국내 종합지의 신춘문예 상금 중 최고액인 3000만 원을 드립니다.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산실인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한국 문학의 새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마 감 : 2020년 12월 4일 (금) ◆ 발 표 : 동아일보 2021년 1월 1일자 지면 ◆ 받는 곳 : (우) 03187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1 동아일보사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 응모 부문별 상금 및 원고량 △중편소설(3000만 원): 200자 원고지 기준250∼300장(..

문학공모소식 2020.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