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차를 타고 밤기차를 타고 박해성 무쇠심장 한 사나이 밤공기를 가른다 봄날은 쉼표 없이 뒤로 뒤로 흐르는데 낯설다 창밖의 눈빛, 라캉*의 어릿광대여 어둠을 배경으로 유리창에 갇힌 그대 시속 300킬로미터 불꽃같은 속도전에 너와 나 어찌하다가 마주 벽이 되었는가 만만한 군것질처럼 물음표나 .. 박해성의 시조 2016.10.15
태백산 태백산 박해성 겨울 산, 내 속내처럼 눈발이 시끄럽다. 눈길을 걷다가 잠시 뒤돌아 보는 사이 북서풍의 시퍼런 칼날이 귓불을 도려낸다. 시베리아 벌판 에서 갈기털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눈표범의 가쁜 숨소리, 그러나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릎관절의 무정부주의다. 이탈은 타당한가, .. 박해성의 시조 2016.03.11
환승역에서 환승역에서 박해성 무덤 같은 지하세계 갈 길을 또 잃었다 예고 없는 정전인양 캄캄한 방향감각 눈멀어 놓친 계단에 발목 삐끗, 접질리고 저기압 상승곡선 일렁이는 벽화 속을 익명의 그림자들 혼령처럼 스쳐간다 오래 된 동상이몽이 만장처럼 펄럭인다 생은 본디 일방통행, 화살표를 따.. 박해성의 시조 2016.03.07
춘자 씨의 하루 - 손증호 춘자 씨의 하루 손증호 꽃을 좋아하는데 나이가 무슨 대수랴 예순 셋 춘자 씨 이름 속에 봄이 들어 반올림 웃음 자락이 열일곱 처녀 같다 탱고에 배꼽춤에 꽃띠가 따로 없지 깔깔깔 웃다보면 송이송이 이쁜 꽃 춘자 씨 발그레 피는 하루가 탱탱하다 - 『화중련』2011, 하반기호에서 1956 경.. 좋은 시조 2015.11.20
젊은 날의 초상 젊은 날의 초상 박해성 빨랫줄에 펄럭이는 혁명투사 체 게바라 가을볕에 잘 마른 두 팔을 휘두르며 울려고 내가 왔던가, 십팔번을 꺾으신다 - 계간 『나래시조』2015, 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15.04.20
유령의 집 유령의 집 박 해 성 균형잡힌 직사각형 MS 창을 열자 알싸한 화약 냄새 목젖까지 파고든다 점령군 기침소리에 창궐하는 바이러스 2진법 첨단무기로 무장한 고수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다, 무너진 바벨탑 그늘 혼절한 말의 잔해가 날것인 채 나뒹굴고 어둠을 먹고 자란 뿌리없는 아해들이 .. 박해성의 시조 2014.10.18
봄날은 ... 봄날은… 박 해 성 천제의 아들이신 환웅이 말씀 하셨다 내 이제 꽃을 보내 이 땅을 정화하리라 꽃들이 인해전술로 율도국을 점령하니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꽃 꽃 꽃사태라 단 며칠 축제인 걸 무얼 그리 탐하시나 서로가 발등을 밟고 아수라는 야단법석, 어떤 이는 떠나도 누군가는 돌아.. 박해성의 시조 2014.07.07
가을엽서 가을엽서 박 해 성 징검돌 틈 씀바귀 꽃 하품하는 간이역 흐릿한 입술자국 간신히 울음을 참는 버려진 종이컵 하나 낡은 벤치에 놓여있다 이제는 그 아무도 배고프지 않은 꽃밭 이웃인 듯 목례하는 상냥한 해바라기 잘 여문 사리를 지닌 꽉 찬 속내 오달지고 햇살의 식은 눈길 물러 날 때.. 박해성의 시조 2014.02.24
聖女의 조건 聖女의 조건 박 해 성 요셉의 여자 마리아가 아들을 낳았다네 그러나 그 아이는 하나님의 핏줄이래 그러게, 뒷집 그녀가 성녀인줄 난 몰랐네 - 계간 『나래시조』2013, 가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1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