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차를 타고
박해성
무쇠심장 한 사나이 밤공기를 가른다
봄날은 쉼표 없이 뒤로 뒤로 흐르는데
낯설다 창밖의 눈빛, 라캉*의 어릿광대여
어둠을 배경으로 유리창에 갇힌 그대
시속 300킬로미터 불꽃같은 속도전에
너와 나 어찌하다가 마주 벽이 되었는가
만만한 군것질처럼 물음표나 질겅대며
저 세상 가는 길도 KTX를 타고 갈까,
금속성 바퀴소리가 무한반복 재생되는
*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 ‘거울단계 이론’의 창시자.
- 계간 『나래시조』2016,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