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의 종말
박해성
복중 염천 허공중에 잠자리 한 쌍 엉켜있다
꽁무니를 맞댄 채 거미줄에 매달려 있다
저렇게 위험한 사랑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시커먼 왕거미가 능청스레 다가간다
선원사지 연꽃축제 흐드러진 잔칫상에
외마디 비명도 없이 머리통부터 먹히는 연인
그때 나는 보고 말았다, 남은 자의 비애를
푸르르 온몸을 떠는, 사생결단 발버둥치는,
애타게 요동칠수록 발기발기 날개 찢기는
심장이 터질 때까지, 껍질만 남을 때까지
둘이되 한 몸인 듯 죽음조차 가를 수 없는
저렇게 절절한 사랑을 나는 아직 해본 적 없다
- 계간 『한국 동서문학』2016, 겨울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