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해바라기

heystar 2016. 12. 4. 13:25

   해바라기


                 박해성



그리하여 나는 그때

화가의 귀를 잘랐고

순정한 첫 여인의 심장을 할퀸 적 있다


아흐레 굶어 죽었다는 님프는 그만 잊으시라


내 가슴 까맣게 적힌

비망록이 그 증거이니

그대 헛된 의심은 신성모독이 될지 몰라

윤유월 정오가 만든 불가사의가 될지도 몰라


불구하고

내게서 일편단심을 찾는다면

신의 의중을 읽듯

허공의 내면을 읽듯


요절한

시인의 무덤

빗돌 대신 서 있으랴, 



- 계간 『한국 동서문학』2016, 겨울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 - M에게  (0) 2017.02.20
몸살  (0) 2017.01.05
어떤 사랑의 종말  (0) 2016.12.02
밤기차를 타고  (0) 2016.10.15
심금心琴  (0) 201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