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M에게
박 해 성
형광등 갈아 끼우다 무심코 쳐다 본 하늘
창밖엔 비가 오네, 내 가슴 눈 내리는데
이 추위 오뉴월에도 뼛속까지 스며든다
한때는 꽃이 져도 외롭다, 엄살하던 너
강 건너 양지 언덕에 돌베개 베고 누워
무엇이 그리 바쁜지 안부전화 한 통 없고
요즘은 천지사방 장미가 요란하다
꽃이 다시 피어나듯 네가 다시 돌아오면
한 송이 장미가 꽂힌 그 찻집에서 우리 만날까?
PS, 이 편지 받거들랑 꼭 답장할 것
가끔씩 깜빡거리는 건망증 핑계 말고
새 등이 하도 밝아서 저 세상도 보이겠다
- 『오늘의 시조』2017, 제 11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