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도 가는 길 박해성 방금 떠난 버스를 눈으로 쫓는 정류장 염천햇살에 농익은 아스팔트가 낄낄댄다 여기는 어느 별일까, 어느 생에 살았을까? 천 년 전 이녁처럼 환히 웃는 해바라기 재회의 눈물 속에 노랗게 흔들리지만 모른 척 남의 일처럼 너는 버스를 기다린다 거품으로 만들어진 비너스의 심장인 양 하늘엔 뭉게구름이 부풀었다 흩어진다 행선지 낯선 차들이 잠깐씩 섰다 떠나고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다 등이 굽은 해바라기 그림자에 놀빛이 흥건한데 버스는 아직 소식 없다, 한 생이 다 지나도록 출처; 『정형시학』 2021,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