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양파 박 해 성 겉모습 멀쩡해도 남몰래 울화 깊어 첩첩이 상한 속내 허울만 남은 울 엄니 기어이 나를 울리네 눈물 콧물 매운 말씀 -계간 『시조문학』 2013, 겨울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13.12.17
꽃과 혁명 꽃과 혁명 박 해 성 2010년 12월 17일 노점상 단속에 항거해 튀니지의 26세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분신했다. 이는 곧 민중봉기의 불씨가 되어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으며 아프리카 및 아랍국가로 민주화시 위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막행 첫차를 탄다, 어둠을 횡단한다 공복의 지평.. 박해성의 시조 2013.12.12
엘리엘리 컴퓨터님 엘리엘리 컴퓨터님 박 해 성 무신론자 경전인양 난해한 2진법 속내 최신유행 B형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중생의 아스피린은 약발 도통 듣지 않고 외계인 방언인 듯 뜻 모를 그대 말씀 암호인지 욕설인지 ‘퉤퉤 퉰’ 씹어 뱉는다 뉘 마음 파일이 없다, 아예 읽지 못하면서 막막한 .. 박해성의 시조 2013.12.11
붉다 붉다 박 해 성 해 지는 바닷가에 늙은 개가 서성인다 모가지를 파고드는 질긴 가죽목걸이에 검붉은 피가 엉겨 붙은 앞발을 절룩인다 세파에 찌든 털은 백구인지 누렁인지 고작 서너 뼘 남은 목줄을 풀지 못해 얼마나 끌고 다녔을까, 너덜대는 희망처럼 안개꽃을 흩뿌리는 파도는 배경이.. 박해성의 시조 2013.08.01
푸른별의 초상 푸른 별의 초상 - 매월당* 영당에서 박 해 성 무량사** 인적 드문 요사채를 찾아들면 끝내 날지 못한 채 죽지 접은 조선의 학, 세상이 못마땅한지 미간 살풋 흐리고는 금오신화 붉은 은유 떨기 꽃을 피우건만 서릿발 인 산등성이 짐승처럼 헤매던 이 어떻게 건너가셨나, 발목 시린 한 어둠.. 박해성의 시조 2013.07.21
풍선가게 허풍선 씨 풍선가게 허풍선 씨 박 해 성 사람 좋아 밸도 없다, 허수아비 풍선 아재 온 몸으로 나는 연습 반평생을 바쳤건만 이따금 혼자 되묻는다 나 정말 날고 있냐? 지상에 발이 묶여 휘청 휘청, 펄렁 펄러덩 숨 막히는 지구를 벗어나고 싶은 걸까, 날마다 하늘 쪽으로 헛손질에 애가 끓고 눈보라 .. 박해성의 시조 2013.05.03
환절기 환절기 박 해 성 검은 산이 졸고 있네 매화 꽃잎 흐르는 강에 돌멩이를 던지자 화르르, 물새가 날고 그 울음 삼킨 허공엔 노랑부리 초저녁별 - 계간『나래시조』 2013, 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13.04.02
입춘 입춘 박 해 성 백화점 대형 간판에 아찔하게 걸린 여자 날리는 치맛자락 몬로처럼 살짝 누르고 알약을 과다복용 했는지 헤실바실 웃고 있다 죽고 싶어, 속삭이는 연분홍 입술이며 샤넬의 향수를 입은 유혹이 치명적이라 불륜도 무방하겠다 눈꽃 분분 들레는 날! - 『월간문학』2013년 4월.. 박해성의 시조 2013.04.01
통증 클리닉 통증 클리닉 박 해 성 * 바닥 모를 심해에서 당신이 떠올랐다 나는 또 그날처럼 잔기침을 누르는데 '외롭다' 물 위에 쓴 글 목젖에 걸린 고래처럼 * 무작정 멀리 가는 시외버스에 올랐지 차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었거든 아파요? 김 서린 창에 흘려 쓰던 낯선 남자, 대답 대신 눈물짓.. 박해성의 시조 2013.02.20
가을비 가을비 박 해 성 후살이 간 누이처럼 동구 밖을 서성이다 제풀에 무릎 꺾고 소리 죽여 흐너진다, 끝내는 조곤조곤히 풀어놓는 젖은 속내 몸 식은 후박나무 발등 적신 그 눈물이 유화아씨 목욕하던 하백의 강을 건너 하늘 길 물길을 잇는 이어도*를 에돌다가 금시조 날개 터는 율도국**에 .. 박해성의 시조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