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붉다

heystar 2013. 8. 1. 12:43

                 붉다

 

                            박 해 성

 

 

해 지는 바닷가에 늙은 개가 서성인다

 

모가지를 파고드는 질긴 가죽목걸이에

검붉은 피가 엉겨 붙은 앞발을 절룩인다

 

세파에 찌든 털은 백구인지 누렁인지

고작 서너 뼘 남은 목줄을 풀지 못해

얼마나 끌고 다녔을까,

너덜대는 희망처럼

 

안개꽃을 흩뿌리는 파도는 배경이다

제 상처를 제가 핥는 개뼈다귀 같은 자유,

 

눈곱 낀 노병의 눈이 응시하는 하늘이 붉다

 

 

- 월간 『유심2013, 8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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