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다
박 해 성
해 지는 바닷가에 늙은 개가 서성인다
모가지를 파고드는 질긴 가죽목걸이에
검붉은 피가 엉겨 붙은 앞발을 절룩인다
세파에 찌든 털은 백구인지 누렁인지
고작 서너 뼘 남은 목줄을 풀지 못해
얼마나 끌고 다녔을까,
너덜대는 희망처럼
안개꽃을 흩뿌리는 파도는 배경이다
제 상처를 제가 핥는 개뼈다귀 같은 자유,
눈곱 낀 노병의 눈이 응시하는 하늘이 붉다
- 월간 『유심』2013, 8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