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8

모란도

모란도 박해성 그가 떠난 서라벌에 가을비가 흩날린다 여자는 입술 깨물고 모란에 몰두한다 미친 듯 신들린 듯이 피는 꽃이 낭자하다 맹목의 백치인양 먹먹한 저 부귀영화 상투적인, 관념적인, 그러나 인간적으로 어쩌면 선덕여왕보다 더 외로울지 몰라, 여덟 폭 병풍 앞에 이별의 잔 마주 놓고 무명지를 깨물어 혈서라도 쓸 것을, 그녀가 붓을 헹군다, 한恨이라도 풀어내듯 - 한국동서문학 2020, 겨울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