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도 모란도 박해성 그가 떠난 서라벌에 가을비가 흩날린다 여자는 입술 깨물고 모란에 몰두한다 미친 듯 신들린 듯이 피는 꽃이 낭자하다 맹목의 백치인양 먹먹한 저 부귀영화 상투적인, 관념적인, 그러나 인간적으로 어쩌면 선덕여왕보다 더 외로울지 몰라, 여덟 폭 병풍 앞에 이별의 잔 마주 놓고 무명지를 깨물어 혈서라도 쓸 것을, 그녀가 붓을 헹군다, 한恨이라도 풀어내듯 - 한국동서문학 2020, 겨울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20.12.16
시가 되는 저녁 시가 되는 저녁 - 박해성 청소를 시작합니다, 로봇청소기가 말하네 맛있는 밥을 시작합니다, 밥솥이 말하네 세월이 점점 가라앉고 있습니다, TV가 말하네 나도 점점 목젖이 가라앉네,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저녁 말이 안 되면 시가 된다고 누군가 말했네, 그럼 오늘은 시 판이네, 뭐? 시팔이.. 박해성의 시 2017.05.14
봄날은 ... 봄날은… 박 해 성 천제의 아들이신 환웅이 말씀 하셨다 내 이제 꽃을 보내 이 땅을 정화하리라 꽃들이 인해전술로 율도국을 점령하니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꽃 꽃 꽃사태라 단 며칠 축제인 걸 무얼 그리 탐하시나 서로가 발등을 밟고 아수라는 야단법석, 어떤 이는 떠나도 누군가는 돌아.. 박해성의 시조 2014.07.07
중앙일보 [중앙시조백일장] 6월 당선작 중앙시조백일장 6월 당선작 [중앙일보] 입력 2014.06.27 00:45 / 수정 2014.06.27 03:58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달의 심사평] 눈물을 닦고 다시 솟아나는 희망, 시조로 길어냈다 인간의 웃음에는 냉소, 조소 등의 부정적인 웃음부터 환희에 찬 웃음이나 파안대소, 박장대소까.. 중앙시조백일장 2014.06.30
時調 장르에 대하여 시조 [ 時調 ] 구분 문학 목차 형식 형성과 전개 고시조형성 조선 전기 조선후기 평민가객의 출현과 가집편찬 현대시조 개화기 시조 최남선의 시조 1920 ∙ 1930년대의 근대적 변화 시조의 현대적인 양상과 과제 시조곡 악보 시조창 장단 음계 시조와 가곡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고려.. 좋은 문학강좌 2012.09.27
양파를 썰며 양파를 썰며 박 해 성 단숨에 수직으로 하얀 적막을 갈라내면 누군가 엿보고 있다, 가슴에 비수를 품고 불시에 두 눈 찌르는 게릴라식 맵찬 반격 자는 척 깨어 있다 다만 침묵했을 뿐, 누구나 제몫 하는 목숨인 줄도 모르고 함부로 침 삼키지 마라, 톡 쏘는 저 대거리! - 계간 <화백문학>.. 박해성의 시조 2011.12.16
늙은 석공의 독백 늙은 석공의 독백 박 해 성 어쩌다 선잠 깨어 보석이 되지 못한 돌 앙가슴 빠개지자 실핏줄 참 우련하다 얼마나 갈고 닦아야 따듯한 피가 돌까? 불혹, 반성도 없이 생살을 쪼아댔지 섣부른 손끝에서 깨지고 부서진 생애 무시로 난청에 갇혀 숨소리는 다 놓치고 거센 갈기 휘날리며 .. 박해성의 시조 2011.12.12
뜨개질하는 여자 뜨개질하는 여자 박 해 성 엉킨 사연 끊어내고 매듭 다시 이어가며 깡마른 긴 대바늘 코 하나로 엮는 이승 다달이 달도 들지 않는 돌부처, 뜨개질한다 헛기침도 멎은 뜰에 바람 혼자 거니는데 어느 순간 한눈팔다 거미줄에 걸렸는지 껍질만 남은 잠자리, 부서진 날개를 털고 목이 쉰 여치.. 박해성의 시조 2011.10.03
탐라산수국 - 손영희 탐라산수국 손 영 희 네 거처를 찾아가는 나는 파랑 나비 무심을 되새김하는 소잔등에 얹힌 나비 안개는 분화구에서 전설처럼 피어오르고 네 들숨 내 날숨으로 하늘그물 엮어서 목동아, 우리 지극한 사랑이 될 양이면 저기 저 쏟아놓은 별 지금 막 승천 중이니 출처; 격월간 <유심> 201.. 좋은 시조 2011.09.29
배트맨을 기다리며 배트맨*을 기다리며 박 해 성 쭉정별도 뜨지 않는 고담**의 25시 막무가내 작달비가 훑고 간 길모퉁이 버려진 검정우산이 꺾인 날개 퍼덕인다 상투적 감언이설 침 튀기는 네온 아래 퇴출당한 천사인가, 비틀거리는 저 사내 반백년 잘 참아왔던 붉은 시를 울컥 뱉는 도심을 가로 막.. 박해성의 시조 201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