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클리닉
박 해 성
*
바닥 모를 심해에서 당신이 떠올랐다
나는 또 그날처럼 잔기침을 누르는데
'외롭다' 물 위에 쓴 글 목젖에 걸린 고래처럼
*
무작정 멀리 가는 시외버스에 올랐지 차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었거든
아파요? 김 서린 창에 흘려 쓰던 낯선 남자,
대답 대신 눈물짓는 유리창만 바라보다 어느 순간 잠들었지
넓은 어깨에 스르르
환절기 잔설이 녹는 전생의 국경을 넘고
쇳소리 된기침에 선뜻 내민 흰 손수건, 속이 텅 비었나봐요
난 실없이 웃었지만
아파요? 많이 아파요? 가늘게 떨리던 손말手話
*
언제부터 그랬을까, 역마살 도지는 날엔
다음 생에 다시 만나 못다한 말 하겠다던
제 울음 잃어버린 새, 허공을 자꾸 맴돈다
- 박해성 시집 < 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