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통증 클리닉

heystar 2013. 2. 20. 09:42

       통증 클리닉

 

                             박 해 성

 

 

  *

바닥 모를 심해에서 당신이 떠올랐다

나는 또 그날처럼 잔기침을 누르는데

'외롭다' 물 위에 쓴 글 목젖에 걸린 고래처럼

 

  *

무작정 멀리 가는 시외버스에 올랐지 차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었거든

아파요? 김 서린 창에 흘려 쓰던 낯선 남자,

 

대답 대신 눈물짓는 유리창만 바라보다 어느 순간 잠들었지

넓은 어깨에 스르르

환절기 잔설이 녹는 전생의 국경을 넘고

 

쇳소리 된기침에 선뜻 내민 흰 손수건, 속이 텅 비었나봐요

난 실없이 웃었지만

아파요? 많이 아파요? 가늘게 떨리던 손말手話

 

  *

언제부터 그랬을까, 역마살 도지는 날엔

다음 생에 다시 만나 못다한 말 하겠다던

제 울음 잃어버린 새, 허공을 자꾸 맴돈다

 

 

                                  - 박해성 시집 < 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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