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박 해 성
후살이 간 누이처럼 동구 밖을 서성이다
제풀에 무릎 꺾고
소리 죽여 흐너진다,
끝내는
조곤조곤히 풀어놓는 젖은 속내
몸 식은 후박나무 발등 적신 그 눈물이
유화아씨 목욕하던 하백의 강을 건너
하늘 길 물길을 잇는 이어도*를 에돌다가
금시조 날개 터는 율도국**에 닿으리라,
돌아온 이 하나 없어 아무도 모르는 곳
스물 둘
혼자 된 그녀
밤새껏 울어도 좋을,
* 제주 바다 속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 속 피안의 섬.
**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이상향.
- <오늘의시조> 2013년 연간집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