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가을비

heystar 2013. 1. 31. 13:06

       가을비

 

                    박 해 성

 

 

후살이 간 누이처럼 동구 밖을 서성이다

제풀에 무릎 꺾고

소리 죽여 흐너진다,

끝내는

조곤조곤히 풀어놓는 젖은 속내

 

몸 식은 후박나무 발등 적신 그 눈물이

 

유화아씨 목욕하던 하백의 강을 건너

 

하늘 길 물길을 잇는 이어도*를 에돌다가

 

금시조 날개 터는 율도국**에 닿으리라,

돌아온 이 하나 없어 아무도 모르는 곳

스물 둘

혼자 된 그녀

밤새껏 울어도 좋을,

 

* 제주 바다 속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 속 피안의 섬.

**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이상향.

 

                          - <오늘의시조> 2013년 연간집 수록

 

'박해성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림역에서   (0) 2013.03.13
통증 클리닉  (0) 2013.02.20
베트남 심청이처럼  (0) 2013.01.28
무릉도원을 찾아  (0) 2012.12.15
나방은 힘이 세다  (0) 201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