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심청이처럼
박 해 성
길바닥에 버려진 영양실조 관음죽을
숨소리 잦아들라, 고이 품에 안고 왔지
어디든 정을 붙이면 살만한 세상이라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낯선 바람 속에서
두려움에 헝클어진 눈빛 참 먹먹했지,
재작년 베트남에서 시집 온 새댁처럼
달래주고 물도 주고 이젠 제법 화색 돌아
아열대 하늘쯤은 다 잊은 줄 알았건만
빠지직! 화분을 깬다, 참았던 울음 터지 듯
허기보다 더 아득한 어둠을 부여안고
코리아의 인당수에 몸을 던진 너는 청이,
모질게 질긴 뿌리가 새순 불끈, 키웠구나
- 2013년 <오늘의 시조> 제 7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