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베트남 심청이처럼

heystar 2013. 1. 28. 08:26

    베트남 심청이처럼

 

                               박  해  성

 

 

길바닥에 버려진 영양실조 관음죽을

숨소리 잦아들라, 고이 품에 안고 왔지

어디든 정을 붙이면 살만한 세상이라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낯선 바람 속에서

두려움에 헝클어진 눈빛 참 먹먹했지,

재작년 베트남에서 시집 온 새댁처럼

 

달래주고 물도 주고 이젠 제법 화색 돌아

아열대 하늘쯤은 다 잊은 줄 알았건만

빠지직! 화분을 깬다, 참았던 울음 터지 듯

 

허기보다 더 아득한 어둠을 부여안고

코리아의 인당수에 몸을 던진 너는 청이,

모질게 질긴 뿌리가 새순 불끈, 키웠구나

 

             - 2013년 <오늘의 시조> 제 7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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