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을 찾아
박 해 성
버스를 타고 갈까, 은하열차 기다릴까
마이너스 통장 들고 건널목에 서 있다
다 식은 낮달 한 조각 울 듯 말 듯 걸린 오후
신호가 바뀌어도 먼 하늘만 더듬는다
숨 가쁜 이 한세상 구절양장 굽이마다
고단한 발목이 삐끗, 지평이 또 흔들리고
비울수록 무거운 건 잔고가 바닥난 생
속도제한 표지 없는 내리막, 아찔해도
외줄 위 곡예사처럼 다시 중심 다잡고는
홰치는 황금 깃의 가루라를 타고 갈까,
시간도 발 멈추고 복사꽃에 취하는 나라
바람은 길을 아는지 강 쪽으로 내닫는다
- 박해성 시집 <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