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신림역에서

heystar 2013. 3. 13. 08:58

 

     신림역에서

 

 

                            박 해 성

 

 

 

잠깐 졸다 얼결에 내린 전철역

‘신림’이다

뉘신가 “회개하라” 우렁우렁 호령하는

생소한 길 위에 서서 천지 사방 둘러보니 

 

오호, 나는 지금

신의 숲(神林)에 이른거라!

몇 생을 오갔어도 눈 어두워 몰랐던 곳

허공엔 방금 날아간 새소리가 쟁쟁한거라

 

                     행여 신께 들킬라 먼지 묻은 신발 털며

뿌리 없는 인간도 나무가 될 수 있을까?

얼얼한 이명을 싣고 열차는 또 떠나는데

 

잘 엮은 이 철길이 하늘 닿을 사다리라

계절 따라,

궤도 따라 순환선 타고가면

신림에 들 수 있겠다, 나도 신을 만나겠다

 

 - 계간 『시와 소금2013, 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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