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에서
박 해 성
잠깐 졸다 얼결에 내린 전철역
‘신림’이다
뉘신가 “회개하라” 우렁우렁 호령하는
생소한 길 위에 서서 천지 사방 둘러보니
오호, 나는 지금
신의 숲(神林)에 이른거라!
몇 생을 오갔어도 눈 어두워 몰랐던 곳
허공엔 방금 날아간 새소리가 쟁쟁한거라
행여 신께 들킬라 먼지 묻은 신발 털며
뿌리 없는 인간도 나무가 될 수 있을까?
얼얼한 이명을 싣고 열차는 또 떠나는데
잘 엮은 이 철길이 하늘 닿을 사다리라
계절 따라,
궤도 따라 순환선 타고가면
신림에 들 수 있겠다, 나도 신을 만나겠다
- 계간 『시와 소금』2013,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