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백수문학상 수상작
금환일식
서숙희
태양은 순순히 오랏줄을 받았다
팽팽하게 차오르는 소멸을 끌어안아
일순간
대명천지는
고요한 무덤이다
입구와 출구는 아주 없으면 좋겠다
시작과 끝 또한 없으면 더 좋겠다
캄캄한 절벽이라면 아, 그래도 좋겠다
빛을 다 파먹고 스스로 갇힌 어둠둘레
오린 듯이 또렷한 금빛 맹세로 남아
한목숨,
네 흰 손가락에
반지가 되고 싶다
- 출처 ; 제 8회 백수문학제 기념문집 『금빛 맹세로 남아』에서
1959년 경북 포항 출생.
- 1992년 매일신문, 부산일보 신춘문예등단.
- 김상옥 시조문학상, 이영도 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열린시학상 등 수상.
- 시집; 『물의이빨』『아득한 중심』『손이 작은 그 여자』『그대 아니라도 꽃은 피어』
백수문학상 작품 심사평.
- 세계화 시대에 맞는 현대시조의 새로운 발돋움을 위하여 백수문학상을 제정 - 했다 하니 심사기준은 당연히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새로움’에 비중을 두어야 하겠다. 우선 응모작 중에서 과거지향적인 진부한 주제나 식상한 표현들을 제외시켰다. 함량미달인 작품들은 물론이다. 또한 한 틀에서 찍어낸 시에 말 몇 마디 바꾸어 꾸민 연작들도 걸러냈다. 그들에게서는 혁신적인 변화나 도전, 새로움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세 번 숙독한 후, <국수 먹는 남자> <구례사람 하정수> <금환일식> <쇠비름>등 4편을 선별했다. <국수 먹는 남자> 첫수는 현상의 이미지 전달이 명징하고 둘째 수는 구체적 진술로 사유가 깊어진다. 그러나 둘째 수를 반전 없이 받는 셋째 수에서 긴장이 풀어지고 만다. <구례사람 하정수>는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찰진 사투리로 풀어내는 삶의 편린들이 유쾌한 듯 가슴 찡하다. 다만 두 작품 다 보편성은 획득했지만 소재가 새롭지 않다.
<금환일식> 첫수 초장은 ‘낯설게 하기’에 성공한다. 초장에서 치고, 중장에서 들어가고, 종장에서 다스린다. 둘째 수는 이항 대립적이고 다의적인 메타포가 인상적이다. 셋째 수 초장 역시 ‘낯설게 하기’의 좋은 예다. 종장의 아름다운 반전이 여운으로 남는다. <쇠비름>은 예리한 안목으로 현상의 리얼리티를 확보하며 의인화에 성공한 작품이다. 그러나 아깝게도 셋째, 넷째 수에서 일반적인 서술로 진부해졌다.
결론은 획기적인 소재는 아니지만 <금환일식>으로 기울어진다. 읽을수록 좋은 작품이다.
4차원 세계를 넘나드는 지금, 자기 정서에 몰두해 2차원적인 리얼리티를 간과한 작품들이 많았다. 또한 저널리즘과 경쟁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빈약하다. 독자를 웃고 울리는 기발한 은유나 풍자, 위트가 아쉽다. 기성시인들 먼저 심사숙고해야 할 때이다.
심사위원 - 시인 박해성
※ 위심사평은 제3회 백수문학제 예심위원으로 참석한 본인 박해성의 심사평이다.
그러나 제 8회 백수문학제 기념문집 『금빛 맹세로 남아』에 실린 이 글은 정희경 시인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큰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혼동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면서... (그래도 씁쓸한건 마찬가지지만)
사실을 밝히고자 여기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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