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집
박 해 성
균형잡힌 직사각형 MS 창을 열자
알싸한 화약 냄새 목젖까지 파고든다
점령군 기침소리에 창궐하는 바이러스
2진법 첨단무기로 무장한 고수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다, 무너진 바벨탑 그늘
혼절한 말의 잔해가 날것인 채 나뒹굴고
어둠을 먹고 자란 뿌리없는 아해들이
더러는 생을 꺾어 헌화하는 디지털 제단
천만에, 미안하게도 속죄할 주어는 없다
천국을 다운로드, 무례하게 들어서니
하느님 혓바늘 같은 잔별 총총한 화면
익명의 저 탈주범들 발자국 하 무성하다
- 계간 『나래시조』2014, 가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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