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박 해 성
낮달 혼자 하품하는 신라 국경 넘어서면
실없이 웃음 헤픈 이웃집 아낙 있지
순장된 사연쯤이야 까짓, 몰라도 좋은
흙덩이로 두루뭉술 주물러 빚은 몸매
퉁퉁 불은 젖가슴엔 금세라도 젖이 돌아
보채는 아기를 품고 달게 양껏 먹일 듯한
이승 뒤편 훔쳐보려 유리벽에 이마를 대자
마주친 눈동자에 그늘 설핏 감추는 이
갓 삶은 하지감자라도 쾌히 낼 것 같은데
꽃당혜도 못 신어 본 투박한 그 맨발이
조금은 멋 적은지 먼 산 흘깃 딴청이라
슬며시 내 신발 벗어 섬돌 아래 두고 왔지
- 2014, 『여성시조』열일곱번째 작품집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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