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
박 해 성
1.
그냥 두긴 버겁고 버리기엔 아까운 말
히히힝, 달아날 것 같은 수상한 알리바이
얌전히 묶어나 두자, 실낱같은 ( ) 치고
2.
물 오른 초승달과 기우는 그믐달인 듯
외줄 위 밀고 당기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
할 말이 많아질수록 뒷걸음치는 꿍꿍이속
3.
만성 소화불량에 헛배 부른 세상 속내
애완용 파충류처럼 착하게 미끄러지는
오독의 즐거운 핑계, 비겁한 저 비상구
4.
시위를 얹지 않은 고수의 활이라 할까?
아닌 척 그러한 척 엉거주춤 조아리고
친절한 저 회색분자, 빈틈을 노리고 있다
- 계간 『나래시조』2014, 겨울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석기에서 온 손님 (0) | 2015.03.12 |
---|---|
암사동 가는 길 (0) | 2015.03.11 |
지하상가 나-65호 (0) | 2014.12.28 |
어쩌다가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0) | 2014.12.11 |
유령의 집 (0) | 201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