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괄호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

heystar 2015. 2. 21. 15:27

괄호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

 

                                     박 해 성

 

 

   1.

그냥 두긴 버겁고 버리기엔 아까운 말

히히힝, 달아날 것 같은 수상한 알리바이

얌전히 묶어나 두자, 실낱같은 ( ) 치고

 

   2.

물 오른 초승달과 기우는 그믐달인 듯

외줄 위 밀고 당기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

할 말이 많아질수록 뒷걸음치는 꿍꿍이속

 

   3.

만성 소화불량에 헛배 부른 세상 속내

애완용 파충류처럼 착하게 미끄러지는

오독의 즐거운 핑계, 비겁한 저 비상구

 

   4.

시위를 얹지 않은 고수의 활이라 할까?

아닌 척 그러한 척 엉거주춤 조아리고

친절한 저 회색분자, 빈틈을 노리고 있다

 

- 계간 『나래시조』2014, 겨울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석기에서 온 손님  (0) 2015.03.12
암사동 가는 길   (0) 2015.03.11
지하상가 나-65호  (0) 2014.12.28
어쩌다가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0) 2014.12.11
유령의 집  (0) 201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