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신석기에서 온 손님

heystar 2015. 3. 12. 10:59

신석기에서 온 손님

- 빗살무늬토기

 

 

해종일 가부좌로 먼산바라기 하고 있다

좀이 슨 족보뿐인 어느 가문 종손처럼

그 속내 성한데 없이 바람 숭숭 드나드는

 

헛배 부른 육신에 촘촘 새긴 적막의 잔뼈

행여 할 말 남았을까 가만 귀를 기울이니

참아도 새어 나오는 울음인 듯, 신음인 듯

 

떨어진 살점이며 묵언에 든 세월까지

신석기적 방언으로 더듬더듬 여쭤본다

찌르르, 피가 도는지 꿈틀대는 심줄이여

 

이 빠지고 조각나도 여전히 감도는 훈김

단벌옷 울아부지 불콰한 몸내도 같은

얼얼한 저 항아리에 햇살 한 다발 꽂고 싶다

 

-『오늘의 시조』2015, 제9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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