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에서 온 손님
- 빗살무늬토기
해종일 가부좌로 먼산바라기 하고 있다
좀이 슨 족보뿐인 어느 가문 종손처럼
그 속내 성한데 없이 바람 숭숭 드나드는
헛배 부른 육신에 촘촘 새긴 적막의 잔뼈
행여 할 말 남았을까 가만 귀를 기울이니
참아도 새어 나오는 울음인 듯, 신음인 듯
떨어진 살점이며 묵언에 든 세월까지
신석기적 방언으로 더듬더듬 여쭤본다
찌르르, 피가 도는지 꿈틀대는 심줄이여
이 빠지고 조각나도 여전히 감도는 훈김
단벌옷 울아부지 불콰한 몸내도 같은
얼얼한 저 항아리에 햇살 한 다발 꽂고 싶다
-『오늘의 시조』2015, 제9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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