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이불 빨래하는 날

heystar 2015. 3. 16. 12:18

   이불 빨래하는 날

 

                            박 해 성

 

 

겨우내 살 비비며 언 가슴 달래주던 너

생살이 으서지도록 작신작신 짓밟는다

얼얼한 배신의 열기, 욕조 안이 술렁이고

 

욕설처럼 울컥 뱉는 잿물빛 설움부터

물 먹은 노여움까지 하수구로 쓸려 가면

마침내 찌든 죄 벗고 해사하게 웃는 시간

 

뉘 발밑에 밟힐세라, 거품 위를 걸어온 나

기름때 낀 오장육부 오늘따라 꺼림칙해

이참에 말갛게 헹궈 빨랫줄에 널까보다

 

                  -『오늘의 시조』2015, 제9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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