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빨래하는 날
박 해 성
겨우내 살 비비며 언 가슴 달래주던 너
생살이 으서지도록 작신작신 짓밟는다
얼얼한 배신의 열기, 욕조 안이 술렁이고
욕설처럼 울컥 뱉는 잿물빛 설움부터
물 먹은 노여움까지 하수구로 쓸려 가면
마침내 찌든 죄 벗고 해사하게 웃는 시간
뉘 발밑에 밟힐세라, 거품 위를 걸어온 나
기름때 낀 오장육부 오늘따라 꺼림칙해
이참에 말갛게 헹궈 빨랫줄에 널까보다
-『오늘의 시조』2015, 제9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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