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알라존에게 보내는 경고.

heystar 2015. 3. 19. 13:19

             알라존에게 보내는 경고

 

                                                    박해성

 

   긴 가방끈과 큰 의자로 그는 비로소 성립된다,

 

   강한 자에 아부대왕 손 비비고 꼬리치고 가려운 데 긁어주고

약한 자에 염라대왕 옆차기에 돌려차기 날렵한 뒤통수치기,

덩하니 빽만 여겨 종교 하나쯤 코에 걸고 봉사는 악세사리 폼생

폼사 폼 나잖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쓰레기통 뒤졌는지 날고기

먹었는지 탈취제쯤 어림없다 식상한 선행의 악취에 천지사방

안하무인 파리 떼 몰고 다니면서 순교하는 성자처럼 찢어진 양심

조각 골고다에 높이 걸고 파렴치는 고상하다 축복 받은 세치

끝에 잘 벼린 비수를 숨겨 술래한테 들킬세라 어눌한 달변의 향연,

위선은 위선을 낳고 가식은 가식을 낳아 엘리엘리 계산속조차

정으로 포장하고 옴마니밧메흠 늙은 개처럼 불온하게 발바닥만

핥는 그대, 아으 황홀한 사바사바 사바娑婆의 달밤, 즌데를 뉘

대로 밟거나 마시거나 입 안에서 달콤 새콤 간질간질 조롱嘲弄

같이 톡톡 터지는 조롱조롱 립서비스여 돈이 드나 힘이 드나

헌법에 리길 하나 말랑말랑 풍선껌처럼 터지면 그냥 그 뿐,

 

   하지만 말간 거미줄도 이슬만 낚는 건 아님!  

 

                               -현대사설시조포럼 『천 개의 손을 가진 바람』 2014, Vol 5 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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