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환승역에서

heystar 2016. 3. 7. 20:18

      환승역에서


                       박해성



무덤 같은 지하세계 갈 길을 또 잃었다

예고 없는 정전인양 캄캄한 방향감각

눈멀어 놓친 계단에 발목 삐끗, 접질리고


저기압 상승곡선 일렁이는 벽화 속을

익명의 그림자들 혼령처럼 스쳐간다

오래 된 동상이몽이 만장처럼 펄럭인다


생은 본디 일방통행, 화살표를 따라가자

방금 떠난 열차는 꼬리만 가물거린다

나는 왜 늘 한발 늦어 가슴을 두드리는지



- 『나래시조』2015, 겨울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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