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의 연인 드라큘라의 연인 박 해 성 컹컹 짖는 어둠 속 굶주린 늑대가 울면 가슴에 꽃 대신 칼을 꽂고 눈 뜨는 신부, 여권도 그림자도 없이 13월의 국경을 넘어 피를 찾아 헤맨다. 미친 듯, 홀린 듯이 은유의 망령들이 횡행하는 백지 위에 손톱 다 닳아빠지도록 밤새워 무덤을 파고 재앙 같은 흡혈은 .. 박해성의 시조 2012.06.07
마니산의 봄 마니산의 봄 박 해 성 정상을 꿈꾸다가 일몰에 갇힌대도 반성이나 후회 따위 않기로 작정했지, 남들은 하산할 무렵 가풀막을 오른다 빈 둥지만 덩그런 졸참나무 겨드랑이 고뿔 걸린 낮달이 쿨럭쿨럭 동행이다 그래도 너무 외로워 괜스레 단장 짚고 산허리에 주저앉아 갈증을 다독인다 달.. 박해성의 시조 2012.05.26
아마조네스 아마조네스* 박 해 성 애이불비 눈물로 나를 빚으신 이여 떡갈나무 숲에 잠든 님프를 깨우소서 도려 낸 한쪽 가슴을 성전에 올립니다 헛것일까? 피에 젖은 트로이 병정들이 무너진 성벽 아래 암세포처럼 진을 치고 창검을 번쩍입니다 신의 딸을 노립니다 죽음보다 두려운 건 짐승 같은 바.. 박해성의 시조 2012.05.20
수잔의 자화상 수잔의 자화상 박 해 성 - 가난한 화가들의 모델이자 연인이던 세탁부의 사생아 수잔 발라동, 어느 날 그녀가 캔버스 앞에 선다. 열여덟 살의 미혼모, 출산 후 부기가 덜 빠진 자신을 그린다. 탐미적 여성성을 탈피한 한 인간의 본질적 내면을 응시하는 그녀 - 무슨 말 하려는가, 저 깊고 단.. 박해성의 시조 2012.05.03
과일이 있는 정물화 과일이 있는 정물화 박 해 성 사과를 먹고 잠에 빠질 나는 백설공주 백설, 백설, 흩날리는 눈발 뒤에 숨어서 3월이 다가오고 있어, 변장한 계모처럼 털목도리 둘둘 감고 과일을 파는 노파 주문 외듯 빌고 닦아 보석같이 반짝이는 저것은 붉은 여의주, 어느 잠룡이 잃어버린 불을 뿜고 승천.. 박해성의 시조 2012.04.21
해장국 서설 해장국 서설 박 해 성 선지인 듯 검붉다, 뚝배기에 끓는 하루 누구는 떠났건만 이 몸 아직 살아있어 허기도 은총만 같아 그렁그렁 반가운 날 세상에나 착하게도 뼛속까지 우려내는 온전한 소신공양 나는 소의 환생인가? 천천히 되새김질하는 명제가 참 질기다 창밖엔 눈 내린다, 소몰이 .. 박해성의 시조 2012.04.13
열여섯 살의 돌탑 열여섯 살의 돌탑 박 해 성 나 서라벌 살던 시절 불목하니를 연모했지, 마당 쓰는 그 사내 빗자루라도 되고 지고 손 모아 치성 드렸네 늙은 절집 탑을 돌며 고집스레 꾹 다문 선 굵은 입술에다 콧마루가 우뚝 솟아 산맥인 듯 꿋꿋한 이, 사념 다 태우려는지 잉걸불 뒤척이다가 훔쳐보던 제 .. 박해성의 시조 2012.03.22
스냅, 스냅, 스냅 스냅, 스냅, 스냅 박 해 성 한 세상 난기류에 자식 굶긴 두보杜甫인가 삭발한 외마디가 펄럭이는 도심공원 앵글을 사로잡는다, 지리멸렬 장미꽃이 빨강 노랑 색깔론에 어정쩡 주황색 꽃 희열인지 분열인지 제 가슴 빠개는 꽃 저들의 생을 터트린 뇌관은 무엇일까? 미친 듯 꽃피는 철, 모처.. 박해성의 시조 2012.03.18
거위털파카 거위털파카 박 해 성 울음이 다 삭제된 거위의 깃털을 산다 적멸의 가벼움은 3개월 무이자할부, 온 세상 눈보라에도 보온 방수 끄떡없다는 미궁 속으로 빨려든 비명의 무게하며 기다란 모가지에 꽥 꽥 꽥 고여 있던 욕망의 질량에 따라 시세가 매겨지고 아무도 관심 없다, 얼어터진 그 맨.. 박해성의 시조 2012.03.07
그 여자의 집 그 여자의 집 박 해 성 * 허공을 걷던 그녀 리모델링 중입니다, 천근 집착 들어내고 잔 시름 걷어낸 자리 해묵은 눈물자국이 채 마르지 않았네요 * 환멸에 찌든 싱크대 요령껏 떼어내고 살갑게 다루세요, 척추가 휘어진 소파 누구나 거듭나려면 버릴 게 많은 법이래요 피멍을 물고 있는 대.. 박해성의 시조 201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