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 서설
박 해 성
선지인 듯 검붉다,
뚝배기에 끓는 하루
누구는 떠났건만 이 몸 아직 살아있어
허기도 은총만 같아 그렁그렁 반가운 날
세상에나
착하게도 뼛속까지 우려내는
온전한 소신공양
나는 소의 환생인가?
천천히 되새김질하는 명제가 참 질기다
창밖엔 눈 내린다, 소몰이 창법唱法으로
눈발 속에 흐려지는 천지간 모든 경계
음매에,
헛기침하며
사람처럼 국밥을 뜬다
- 계간<나래시조> 2012 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리데기, 그 후 (0) | 2012.04.26 |
---|---|
과일이 있는 정물화 (0) | 2012.04.21 |
열여섯 살의 돌탑 (0) | 2012.03.22 |
스냅, 스냅, 스냅 (0) | 2012.03.18 |
거위털파카 (0) | 2012.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