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해장국 서설

heystar 2012. 4. 13. 15:46

  해장국 서설

 

                      박 해 성

 

 

선지인 듯 검붉다,

뚝배기에 끓는 하루

누구는 떠났건만 이 몸 아직 살아있어

허기도 은총만 같아 그렁그렁 반가운 날

 

세상에나

착하게도 뼛속까지 우려내는

온전한 소신공양

나는 소의 환생인가?

천천히 되새김질하는 명제가 참 질기다

 

창밖엔 눈 내린다, 소몰이 창법唱法으로

눈발 속에 흐려지는 천지간 모든 경계

음매에,

헛기침하며

사람처럼 국밥을 뜬다

 

                 - 계간<나래시조> 2012 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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