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과일이 있는 정물화

heystar 2012. 4. 21. 21:39

 

             과일이 있는 정물화

 

                                                                  박 해 성

 

사과를 먹고 잠에 빠질 나는 백설공주 

백설, 백설, 흩날리는 눈발 뒤에 숨어서

3월이 다가오고 있어, 변장한 계모처럼

 

털목도리 둘둘 감고 과일을 파는 노파

주문 외듯 빌고 닦아 보석같이 반짝이는

저것은 붉은 여의주, 어느 잠룡이 잃어버린

 

불을 뿜고 승천하다 구슬을 떨어트려

인간 속에 갇혀버린 이무기를 닮았는지

온전한 내면의 응시로 무릎이 귀에 닿는

 

저 순한 마귀할멈 의붓딸도 몰라보고

졸다말다 둘러보는 지상의 저물 무렵 

왕자님 그냥 스쳐가네, 유감스레 무사한 날

 

          - http://cafe.naver.com/esiro <월요작가>코너 수록

'박해성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잔의 자화상  (0) 2012.05.03
바리데기, 그 후  (0) 2012.04.26
해장국 서설  (0) 2012.04.13
열여섯 살의 돌탑  (0) 2012.03.22
스냅, 스냅, 스냅  (0) 201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