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그 후
박 해 성
한때는 판잣집에 우리 누이 산 적 있지
아흔아홉 번 재주넘다 여우로 변신하신
기지촌 바리공주님, 제석천의 분꽃 같은
열아홉 꽃가슴을 쥐어뜯던 빨간 손톱
오매불망 피붙이들 허기진 눈망울에
불나비, 불나비 되어 불꽃 속에 던진 몸을
똬리 튼 독사처럼 밤은 또 왜 그리 긴지
쓸개도 없는 별들 헬로 헬로 반짝이면
휘영청, 계수나무에 목매달고 싶었다는데
고추 당초 곶감보다 주홍글씨 더 무서워
곱슬머리 늑대 따라 울며 바다 건넜다는
이녁의 헌신짝이여, 단물 빠진 츄잉껌이여!
* 한국 구비문학의 서사무가에 등장하는 효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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