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바리데기, 그 후

heystar 2012. 4. 26. 19:18

 

    바리데기*, 그 후

 

 

                               박 해 성

 

 

한때는 판잣집에 우리 누이 산 적 있지

아흔아홉 번 재주넘다 여우로 변신하신

기지촌 바리공주님, 제석천의 분꽃 같은

 

열아홉 꽃가슴을 쥐어뜯던 빨간 손톱

 

오매불망 피붙이들 허기진 눈망울에

 

불나비, 불나비 되어 불꽃 속에 던진 몸을

 

똬리 튼 독사처럼 밤은 또 왜 그리 긴지

 

쓸개도 없는 별들 헬로 헬로 반짝이면

 

휘영청, 계수나무에 목매달고 싶었다는데

 

고추 당초 곶감보다 주홍글씨 더 무서워

곱슬머리 늑대 따라 울며 바다 건넜다는

이녁의 헌신짝이여, 단물 빠진 츄잉껌이여!

 

 

* 한국 구비문학의 서사무가에 등장하는 효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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