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혀?
노 영 임
몸보신엔 뭐니뭐니해도 이눔이 제일인겨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남정네들 몸 축날라 가마니 뒤집어 씌워 귀퉁이 불 댕겼을까
훅, 끼친 개털 노린내에 메스꺼워 한눈 판 순간 앗 뜨거 앗 뜨거, 죽기살기로 줄행랑쳐
집이랍시고 찾아든 게 제집 마루밑 아닌겨 보리밥 멕여 키웠는디 본전은 뽑아야지 막
소주 댓병 값에 옜다, 모르겠다 내줬을 테지 그런 주인 사내 소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슴도치처럼 잔뜩 웅크려 빼꼼히 내다볼 때 어이쿠, 이눔이 워째 돌아왔을꺼나 혀끝
차는 소리로 쯧-쯧-쯧 불러내자 시커멓게 듬성듬성 그을리다만 이눔 봐라 살아 만나
반갑다고 꼬랭지 쩔래쩔래, 바짓가랑이 사이로 이리 폴짝 저리 폴짝, 발 아래 바짝 엎
드려 더운 숨 몰아쉬며 손등을 뜨겁게 싹싹, 핥아대는 이눔을‥‥‥
오늘이 초복날인디 워뗘,
개 혀?
못 혀?
- 노영임 시집『여자의 서랍』에서
1963년 충북 진천 출생.
충북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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