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개 혀? - 노영임

heystar 2013. 10. 24. 15:27

                           개 혀?

 

                                                                      노 영 임

 

 

 

  몸보신엔 뭐니뭐니해도 이눔이 제일인겨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남정네들 몸 축날라 가마니 뒤집어 씌워 귀퉁이 불 댕겼을까

훅, 끼친 개털 노린내에 메스꺼워 한눈 판 순간 앗 뜨거 앗 뜨거, 죽기살기로 줄행랑쳐

집이랍시고 찾아든 게 제집 마루밑 아닌겨 보리밥 멕여 키웠는디 본전은 뽑아야지 막

소주 댓병 값에 옜다, 모르겠다 내줬을 테지 그런 주인 사내 소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슴도치처럼 잔뜩 웅크려 빼꼼히 내다볼 때 어이쿠, 이눔이 워째 돌아왔을꺼나 혀끝

차는 소리로 쯧-쯧-쯧 불러내자 시커멓게 듬성듬성 그을리다만 이눔 봐라 살아 만나

반갑다고 꼬랭지 쩔래쩔래, 바짓가랑이 사이로 이리 폴짝 저리 폴짝, 발 아래 바짝 엎

드려 더운 숨 몰아쉬며 손등을 뜨겁게 싹싹, 핥아대는 이눔을‥‥‥

 

  오늘이 초복날인디 워뗘,

  개 혀?

  못 혀? 

 

                                                      - 노영임 시집『여자의 서랍에서

1963년 충북 진천 출생. 

충북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 예술가 지원금 수혜.
2012년 제1회 현대충청 신진예술인 문학부문 선정.
2012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제4회 신인문학상 수상.
현- 보은교육지원청 장학사.  21세기 시조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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