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 조용미

heystar 2011. 5. 19. 00:06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詩/조용미

 

 

  꽃 피운 앵두나무 앞에 나는 오래도록 서 있다

  내가 지금 꽃나무 앞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부암동 白沙室은 숲 그늘 깊어

  물 없고 풀만 파릇한 연못과 돌계단과 주춧돌 몇 남아 있는 곳

 

  한 나무는 꽃을 가득 피우고 섰고

  꽃이 듬성한 한 나무는 나를 붙잡고 서 있다

 

  이쪽 한끝과 저쪽 한켠의 아래 서 있는

  두 그루 꽃 피운 앵두나무는

  나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아주 가깝지 않게 떨어져 있는데

  바람 불면 다 떨구어버릴 꽃잎을 위태로이 달고 섰는

  듬성듬성한 앵두나무 앞에서 나는

 

  멀거니 저쪽 앵두나무를 바라보네

  숨은 듯 있는 별서의 앵두나무 두 그루는

  무슨 일도 없이 꽃을 피우고 있네

  한 나무는 가득, 한 나무는 듬성듬성

 

  나는 두 나무 사이의 한 지점으로 가서 가까운 꽃나무와

  먼 꽃나무를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네

  앵두가 열리려면 저 꽃이 다 떨어져야 할 텐데

  두 그루 앵두나무 사이에 오래 서 있고 싶은 까닭을

  나는 어디에 물어야 할지

  무슨 부끄러움 같은 것이 내게 있는지 자꾸 물어본다

 

                                            시집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2007년 문학과 지성사

1962년 경북 고령 생.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
1990년 한길문학에<청어는 가시가 많아>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실천문학사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창작과비평사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문학과지성사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문학과 지성사
제16회 김달진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