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너와집 - 박미산

heystar 2011. 5. 9. 00:53

 

         너와집

 

                         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 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

 

 

푸른 송진 냄새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 있어요

 

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

 

 

허물어진 담장과 내몸을 골라 밟네요

 

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

 

무작정 기다리지 않을거예요, 나는

 

 

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

 

 

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 겁니다

 

 

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

 

 

한 시절, 당신

 

 

그립지 않는가요?

 

 

                       -시집『루낭의 지도』 (서정시학, 2008)

 

 

 

   1954년 인천 출생.

 

방송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8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루낭의 지도』 (서정시학, 2008) 

 

현재 안양대학교와 방송대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