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개의 노트 혹은..... - 남진우

heystar 2011. 5. 10. 13:42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개의 노트 혹은 절망 연습

 

 

                                                                  남 진 우

 

 

   1 :

그 겨울 내 슬픈 꿈은 18세기 外套를 걸치고 몇닢 銀錢과 함께 외출하였다.

木造의 찻집에서 코피를 마시며 사랑하지 않는 여인의 흰 살결,

파고드는 快感을 황혼까지 생각하였다.

때로 희미한 등불을 마주 앉아 남몰래 쓴 詩를 태워버리고 아,

그 겨울 내 슬픈 꿈이 방황하던 거리,

우울한 샹송이 정의하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그 숱한 만남과 이 작은 사랑의 불꽃을 나는 가슴에 안고 걷고 있었다.

 

  2 :

밤 열시, 시계의 태엽을 감으며 그녀의 살속으로 한없이 下降하는 헝가리언 랩소디.

따스한 체온과 투명한 달빛이 적시는 밤 열시의 고독.

머리맡에 펼쳐진 十二使徒의 눈꺼풀에 主祈禱文이 잠시 머물다 간다. 

 

  3 :

날개를 준비할 것 낢, 혹은 우리의 좌절에 대한 代名詞.

솟아오름으로 가라앉는 변증법적 사랑의 이중성.

 

  4 :

가로등이 부풀어오른다. 흐느적거리는 밤공기 사이로 킬킬대는 불빛의 리듬.

안개는 선술집 문앞에 서성이고 바람은 취한 얼굴로 비틀거리며 걸어나온다.

쉬잇 설레이는 잠의 音階를 밟고 내가 바다에 이르렀을 때, 보았다.

아득히 밀려오는 파도와 살 섞으며 한잎 두잎 지워지는 뱃고동소리,

조용히 모래톱에 속삭이는 잔물결을 깨우며 한 여인이 꽃을 낳는 것을. 

 

  5 :

물결치는 시간의 베일을 헤치고 신선한 과일처럼 다디단 그대 입술은

그대 향기로운 육체는 깊은 昏睡로부터 꿈을 길어오른다.

날아오르라 날아오르라 박수를 치며

젖은 불꽃의 옷을 벗으라 나의 하아프여.

가만히 촛불을 켜고 기다리자.

누군가 휘파람을 불며 地中海의 녹색 문을 열고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피어나는 연꽃 속에 눈뜨는 보석을 찾아.

 

  6 :

子正이 되면 샤갈과 함께 방문하는 러시아의 雪海林. 모닥불 옆에 앉아

우리는 수평선 너머 사라지는 船舶을 그 긴 항해를 바라보았다.

눈이 내리는군요 밤안개가 걷히겠지요.

바람 부는 海岸 푸른 고요 속에 목마른 자 홀로 남아 기도하는

子正의 海岸 그 어둠 속에 눈은 내리고 내리고,

幼年의 마을 어디쯤 떠오르는 북두칠성. 地上의 모든 불빛이 고개 숙인다. 

 

  7 :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 . . 그래도 살아야겠다.

 

                                                            [출처]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1960년 전북 전주 출생 

-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연금술사의 꿈_정현종의 시세계' 당선

-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전공

- 시집: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새벽 세시의 사자 한 마리>

              <죽은자를 위한 기도><사랑의 어두운 저편><타오르는 책>

- 2007년 제15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

- 2002년 제 13회 팔봉비평문학상

- 1999년 제 11회 소천비평문학상

- 1998년 제 9회 김달진문학상

-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부교수
- 도서출판 문학동네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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