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봄날, 그리고 내시경

heystar 2011. 3. 18. 16:14

  봄날, 그리고 내시경

 

                               박 해 성

 

 

저어할 틈도 없이 쳐들어 온 외눈박이

샅샅이 훑어간다, 미증유의 게릴라작전

내 몸은 지금 수색 중,

부패의 배후를 캐는

 

후미진 비밀창고 자물쇠도 비틀어보고

시간의 백서를 읽는 눈빛 싸늘하건만

굴욕을 꿀꺽 삼킨다

무장해제 노병처럼

 

삶이 그리 만만한가, 숱한 경고 무시한 채

세속 온갖 잡동사니 다 끌안고 버티더니

비공개 자산목록이 결국 탄로 날 것인지?

 

늦게 핀 자목련이 시나브로 이우는 날

날개 없어 추락하는 꽃잎을 밟고 간다

불시에 선불 맞은 듯 환한 봄빛,

 

어찔하다!

                             - 계간 <화백문학> 2011년 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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