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그리고 내시경
박 해 성
저어할 틈도 없이 쳐들어 온 외눈박이
샅샅이 훑어간다, 미증유의 게릴라작전
내 몸은 지금 수색 중,
부패의 배후를 캐는
후미진 비밀창고 자물쇠도 비틀어보고
시간의 백서를 읽는 눈빛 싸늘하건만
굴욕을 꿀꺽 삼킨다
무장해제 노병처럼
삶이 그리 만만한가, 숱한 경고 무시한 채
세속 온갖 잡동사니 다 끌안고 버티더니
비공개 자산목록이 결국 탄로 날 것인지?
늦게 핀 자목련이 시나브로 이우는 날
날개 없어 추락하는 꽃잎을 밟고 간다
불시에 선불 맞은 듯 환한 봄빛,
어찔하다!
- 계간 <화백문학> 2011년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