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하모니, 하모니카

heystar 2011. 3. 19. 20:47

  하모니, 하모니카

 

                          박 해 성

 

 

더러는 불이 켜진 자정 넘어 아파트촌

듬성듬성 이 빠진 곳 불협화음 걸리지만

한번쯤 불어보고 싶다,

옆집 오빠 하모니카처럼

 

반듯한 네모 네모 숨죽인 칸칸마다

그 입술 스칠 때면 내 가슴 열리는 소리

철 이른 목감기인 듯

목젖 울컥, 복받치고

 

실비 같은 비브라토* 명치께 적실 즈음

별꽃 열꽃 다투어 피던 열여섯 베갯머리

아마도 그때인가보다,

불면에 감염된 것이

 

* vibrato : 음을 가늘게 떨어 울리게 하는 음악 기법.

 

               

 

                                      - 계간<화백문학> 2011년 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읍사, 안단테로  (0) 2011.04.30
외곽 순환도로에서  (0) 2011.03.20
봄날, 그리고 내시경  (0) 2011.03.18
청련사 은행나무  (0) 2011.03.13
열무김치  (0) 201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