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련사 은행나무
박 해 성
절집 앞 그 여자는 올해도 만삭입니다
잘 여문 풍경소리 가지 휘게 달아놓고
고요가 호사스러워 멧새들도 키웁니다
그 품새 위풍당당, 세월조차 초라합니다
입덧하듯 멀미하듯 울렁증 한 세상을
맨발로 짚어가느라 힘줄 툭툭 불거진 발등,
길 떠난 마음 하나 돌아오지 않았건만
갈바람 보챌 때마다 우수수 벗는 집착
득음에 이르렀는지 숨소리 참 아련합니다
- 2010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연간집>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