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에 눕힐란다
강경주
개밥도 챙겨 주고 닭 모이도 주어야지
묵숨 붙은 것들인디, 나만 믿고 사는디
꽃구경 거 좋겄다만 내사 마 못 가겄다
여기도 봄은 오고 눈빛 또한 따듯하다
생강나무 꽃숨따라 산수유 노랗더니
무 배추 장다리꽃에 정령 같은 나비 떴다
꽃 피고 지는 거나 사람 왔다 가는 거나
해 뜨고 지는 일도 내 눈엔 다 한 가지다
한나절 적막한 꿈이나 꽃그늘에 눕힐란다
[출처] 강경주 시집『老母의 說法』(2015. 1. 고요아침) 중에서
1953년 경남 하동 출생.
- 1984년 《현대시조》천료 등단.
- 성파시조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등 수상.
- 시집『어둠을 비껴앉아』『사랑의 역설』『하늘문』『머나먼 화두』
『찻잔이 죽었다』『노모의 설법』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