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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책가도​                         이수국​​나는 살았지만 죽은 사람오크 향 원목 책장을 창문 앞에 세웠다책을 좋아한 왕이 책가도(冊架圖)를 세워 일월오봉도를 가렸듯햇살과 달이 가려진 방창틈으로 들어온 빛이 어둠을 가른다박물관 유리문 너머 책가도가로와 세로의 배열 속, 그림 위에 꽂힌 천년의 페이지들그림 속 책을 보던 왕과유리문 안을 보는 내 눈이 책가도 위에서 만났다그림 한구석 은밀히 쓴 화공의 이름이 흔들렸다책장 바닥에 그늘 한 권을 괴자 몸이 중심을 잡는다무너지던 중력을 다시 세운 건 한 권의 책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기대고 있는 책을 꺼내면그들의 체온이 손끝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오고작가를 지우며 작가를 꽂는다이럴 때 사전을..

신춘문예 시 2025.01.02

202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애도                                이희수​거대한 알이 깨지고 흰자처럼달이 흘러나왔다 어둠이 왔다​여자는 폐건전지를 투명하고 긴 통에 모은다 위험한 유리 기둥이 나타난다 고요로 쌓은 돌무덤과 따로 함께였다가 함께 혼자인 구석이 생겨난다 주석이 본문보다 더 긴 하루이다 분리 수거를 마친​여자는 댓글을 읽는다 잘근잘근 씹으며 누군가를 죽이는 잔뜩 벌린 입이 있다 냉장고 문 손잡이를 잡고 여자는 가만히 얼어붙는다 쥐도 새도 모르게 누군가 죽어가는 꾸욱 다문 입이 있다 거대한 얼음이 냉장고에서 걸어나와 빙수 기계에 올라앉는다 뼛가루가 수북해질 때까지 돌리고 돌려도 끝끝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여자는 새발뜨기를 한다 새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발자..

신춘문예 시 20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