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또다시 『올해의 좋은 시조』에 <악어의 눈물>이 선정되었다. 출판사 서문은 다음과 같다.
<현역 시인들의 추천으로 선정된 좋은 시조 136편>
이 책은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가 2012년 동안 우리 문학계에 발표된 시조 작품들 중에서 ‘좋은 시조’만을 엄선하여 뽑아 엮은 책이다. 40여 명의 회원이 경향 각지의 계간지는 물론이요, 협회의 연간지, 동인지, 지방 단체 작품집까지 총망라하여 여러 번의 정제 단계를 거쳐 옥석을 가려낸 최종 선정작 136편을 수록하였다.
[좋은 시조]는 그간 두 번의 출간을 바탕으로 독자들과 시조단의 여론을 수렴하여 올해도 선정에 최선을 다했다. 작품 선정에 있어 추천위원의 주관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각 추천위원에게 열 편 이상의 작품을 추천토록 의뢰했다. 시조분과 회원이 증가했으므로 추천위원의 수가 상당히 늘어나 추천작이 많아져 무려 1천 편 가까이에 이르렀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누구의 눈에나 들어오는 법, 한 시인의 여러 작품이 중복 추천된 경우 이를 세 번의 정제 단계를 거쳐 작품을 뽑았다. 그 와중에 새로 들고 난 시인들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선정 기준에서 시인의 비중만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에 더욱 천착했다. 또한 신인들의 작품을 격려하고 그들의 발전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조금 더 세심한 손길을 배려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 이후 실로 현대시조는 양적, 질적으로 중흥기에 접어들고 있다. 우선 발표 지면이 부족해 동인지를 내야 했던 7, 80년대와는 다르게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지면이 시조를 기다리고 있다. 시조 전문지뿐 아니라 각종 월간 및 계간 시 전문지가 시조를 수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젊은 신인들의 활발한 등장으로 시조의 소재와 주제가 다양하게 확대되면서 현대시에 걸맞은 현실 감각도 상당 부분 보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조단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러한 다각적인 측면에서 파악해볼 때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가 발행하는[좋은 시조]는 시조단이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중요한 과제들의 밑거름이 돼 비록 1년에 한 번 발행하는 선집에 불과할지 모르나 이 기획 정신과 결과물은 분명 한국시조문학사의 초석으로 남을 것이다.
악어의 눈물
박 해 성
목숨 팔아 귀족이 된 그를 본 적 있나요?
야생의 어금니가 아직도 근지러운지
백화점 유리관 속에 질겅질겅 권태를 씹는
터지는 활화산인 양 콧김을 내뿜으며
세속 진흙탕에서 막무가내 설치던 이
껍질만 달랑 남았다, 밸도 다 빼 버리고
산다는 건 누 떼처럼 광야를 달리는 일
맹수에게 쫓기고 건기의 강도 건너지,
어쩌다 헛발 짚으면 다만 한 점 티끌인데
눈물샘도 말랐는가, 납작 엎드린 그대
비늘마다 콕콕 박힌 숨 가쁜 역광 아래
적도의 비릿한 밀어, 그 해웃값 쟁쟁하다
- 2012년 『화중련』하반기호 수록
[출처]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가 선정한 『2013, 좋은 시조』에서
'박해성 리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과 나무에 사람이 산다 五讀悟讀 - 정희경/시조21 특집 (0) | 2013.12.23 |
---|---|
시조평론; 상상의 숲 - 배우식 (0) | 2013.12.22 |
[월평] 전통시조 好調 - 이수화 (0) | 2013.12.20 |
박성민 평설 - 기억의 환유물로서의 시 읽기 (0) | 2013.12.19 |
지난계절 좋은시조 리뷰 - 이강룡 (0) | 2013.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