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리뷰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heystar 2013. 12. 17. 17:14

 이 코너에서는 내 작품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싣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내가 발표한 작품에 대하여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서 내심 다행이다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주목받는 자의 부담감도 있었다. 해서 문학잡지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리뷰된 발표작품들이 제법 있었지만 나만 알고 그냥 묻어두었다. 블로그에 올리는 일은 자랑하는 것 같은 경박함이 싫어서였다. 그러나 모시인의 애정어린 충고를 듣고나니 과연 내 생각이 옳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 시인이라면 자신의 자료는 스스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싶어 지난 자료들을 모아놓으려 한다. 그러나 벌써 거의 4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난감하다. 그래도 가능한한 사실적 자료를 수집하려고 한다. 나의 출발은 언제나 동아일보 신춘문예부터다.

 

 

심사위원 이근배 시인

 

- 돋보이는 감성의 붓놀림-

   모국어의 가락을 가장 높은 음계로 끌어올리는 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신춘문예에서 읽는다. 올해는 더욱 많은 작품들이 각기 글감찾기와 말맛내기에서 기량을 돋보이고 있어 오직 한 편을 고르기에 어려움을 겪는 즐거움이 있었다.

 

  ‘에세닌의 시를 읽는 겨울밤’(이윤훈) ‘새로움에 대한 사색’ (송필국) ‘널결눈빛’(장은수) ‘빛의 걸음걸이’(고은희) ‘도비도 시편’(김대룡) ‘새, 혹은 목련’ (박해성)은 어느 작품을 올려도 당선의 눈금을 채우는 무게를 지니었다.
‘에세닌의 시를 읽는 겨울밤’은 서른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음 러시아의 시인의 이름을 빌어 자작나무 숲이 있는 겨울 풍경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는데 시어의 새 맛이 덜 나고 ‘새로움에 대한 사색’은 고려의 충신 길재의 사당 ‘채미정’을 소재로 생각의 깊이를 파고들었으나 한문투어가 거슬렸으며 ‘널결눈빛’은 해인사 장경판전의 장엄을 들고 나왔으나 글이 설었으며 ‘빛의 걸음걸이’는 말의 꾸밈이 매우 세련되었으나 이미지를 받치는 주제가 미흡했고 ‘도비도 시편’은 지금은 뭍이 된 내포의 한 섬을 배경으로 역사성을 갈무리해서 완성도를 보였으나 내용과 형식의 새로운 해석을 얻지 못했다.


  당선작 ‘새 혹은 목련’(박해성)은 ‘왜 시조인가?’ 에 대한 분명한 답을 주는 작품이다. 역사적 사물이나 자연의 묘사가 아니더라도 현대시조로서의 기능을 오히려 깍듯이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활짝 열고 있다. 감성의 붓놀림과 말의 꺾음과 이음새가 시조가 아니고는 감당 못할 모국어의 날렵한 비상이 맑은 음색을 끌고 온다. 더불어 시인의 힘찬 날개짓을 빈다.

 

 

- 출처: 2010년 1월1일 <동아일보> 기사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