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날들
양 애 경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둥당거리던 기타 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唱歌)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8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 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 날들…
출전_ 양애경 시집『맛을 보다』(지혜)
1956년 서울 출생.
충남대 국문과 및 同 대학원 졸업.
1982년 ≪중앙일보≫신춘문예 시당선 등단.
시집;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청하, 1988) 『사랑의 예감』(푸른숲, 1992),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창비, 1992), 『내가 암늑대라면』(고요아침, 2005),『맛을 보다』 (지혜, 2011) .
현재 '시힘' 과 '화요문학' 동인. 공주영상정보대학 영상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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