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단시조 3편 - 이일향

heystar 2016. 12. 8. 20:08


    시


         이일향



오는 곳을 모르는데

가는 곳을 어찌 알랴


썼다가는 지우고

지웠다가 다시 써도


빈 들녘

바람소리 되어

떠도는 영혼 한 줄


--------------------


무덤이 있는 풍경


                이일향



빈손은 아니었네

가지런히 묻힌 봉분

할 말은 반만 떠서

초승달로 누워 있고

못할 말 꽃으로 왔는가

흩어져 핀 들국화여


--------------------


벗은 나무. 4


                이일향



타다 남은 그리움이

뼈대로 서있구나


꽃 지고 잎이 지고

계절은 훌훌 벗고


삭풍이

오히려 따듯해라

기대서서 우는 나무


- 계간 『시조시학』2016, 겨울호에서 발췌


1930년 경북 대구 출생.

- 효성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수학.

- 1983년 『시조문학』등단.

-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윤동주 문학상, 정운문학상, 펜문학상, 카톨릭문학상, 노산문학상 등.

- 시집; 『아가』『이승 밖의 노래』『기대어 사는 집』『기도의 섬』『목숨의 무늬』『그곳에서도』

 『밀물과 썰물 사이』『사랑이 있는 곳』『노래는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다』등.

-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한국펜문학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 한국여성시조협회 고문




'좋은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접 - 임성규  (0) 2017.01.19
달맞이꽃 - 고정국  (0) 2016.12.10
카페, 노인과 바다 - 김주경  (0) 2016.11.08
설화조 - 정완영  (0) 2016.10.12
몸에게 - 김제현  (0) 201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