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달맞이꽃 - 고정국

heystar 2016. 12. 10. 18:48

          달맞이꽃


                           고정국




짝사랑 체험한 자는 꽃의 침묵을 안다더라

수그려 핀 꽃이 폭풍전야를 예감하듯

달 없는 언덕에 올라 꾸역꾸역 울었던,


차라리 폭풍이 와 나를 제발 할퀴어다오

지독한 짝사랑에 피로 감춘 짝사랑에

단 한 번 소리를 내어 웃어본 적 없다던,


애인 없는 달꽃들이 한 곳으로 몰려나와

달 없는 밤을 골라 노란 등을 매다는 뜻

차라리 달님을 섬겨 내 한 생을 살거나


노형동 솔밭으로 달이 덩실 떠올랐다

달 죽었다, 달 죽었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던

야행성 모든 곤충이 풀숲에서 울었다



- 2016,『가람시학』제 7호에서


1947년 제주 서귀포출생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 등단

1997년 중앙시조대상, 2004년 유심작품상, 이호우문학상 수상

시집: <서울은 가짜다> <지만울단 장쿨래기> <고개숙인 날들의 기록> <조사에게 길을 묻다> 등.

현 월간 <시조갤러리> 발행인, 중앙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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