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界의 禁
리산
거문고 여섯줄을 다시 매어 비단주머니에 넣고
지난봄의 노래 한 수를 생각하며 잠긴 문 앞을 서성였네
다 부르지 못한 노래는 울타리 아래 묻으니
소멸의 즐거움에 함께 할 미물들이여 안녕히
누구는 귀로라 하고 누구는 출행이라 일컫는 외길을 가네
어둠은 급히도 찾아와 길 위에 당도하겠지만
막 이울기 시작한 석양빛은 눈이 부셔라
흐려진 등 뒤로 내리는 그렁그렁한 눈발들
애이불비 애이불비 내 발자국을 지우네
눈 덮인 언덕 너머엔 감자꽃이 만발하다 했지만
그 멀리로 편지를 쓰는 밤이면
밤하늘과 맞닿아 나부끼는 희디 흰 갈기
아득하여라 먼 바다 파도 같아만 보였네
당신을 사모하기 위해 나는 더욱 먼길에 서 있으려니
용서하길 당신이 성 안으로 돌아온다면
나는 당신에게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으리
- 계간 『문학 · 선』2009년 겨울호에서
1966 서울 출생 (본명; 송영미)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창과 석사과정 졸업.
2006년《시안》 신인상 등단.
시집;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현재 '센티멘털 노동자동맹' 동인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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