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兩界의 禁 - 리산

heystar 2016. 9. 22. 18:59


       兩界의 禁


                                 리산



거문고 여섯줄을 다시 매어 비단주머니에 넣고

지난봄의 노래 한 수를 생각하며 잠긴 문 앞을 서성였네

다 부르지 못한 노래는 울타리 아래 묻으니

소멸의 즐거움에 함께 할 미물들이여 안녕히


누구는 귀로라 하고 누구는 출행이라 일컫는 외길을 가네

어둠은 급히도 찾아와 길 위에 당도하겠지만

막 이울기 시작한 석양빛은 눈이 부셔라

흐려진 등 뒤로 내리는 그렁그렁한 눈발들

애이불비 애이불비 내 발자국을 지우네


눈 덮인 언덕 너머엔 감자꽃이 만발하다 했지만

그 멀리로 편지를 쓰는 밤이면

밤하늘과 맞닿아 나부끼는 희디 흰 갈기

아득하여라 먼 바다 파도 같아만 보였네


당신을 사모하기 위해 나는 더욱 먼길에 서 있으려니

용서하길 당신이 성 안으로 돌아온다면

나는 당신에게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으리



- 계간 『문학 · 선』2009년 겨울호에서


1966 서울 출생 (본명; 송영미)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창과 석사과정 졸업.

2006년《시안》 신인상 등단.

시집;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현재 '센티멘털 노동자동맹' 동인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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