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엎드린 개처럼 - 문태준

heystar 2016. 6. 27. 09:43


         엎드린 개처럼


                                문태준




배를 깔고 턱을 땅에 대고 한껏 졸고 있는 한 마리 개처럼
이 세계의 정오를 지나가요
나의 꿈은 근심없이 햇빛의 바닥을 기어가요
목에 쇠사슬이 묶인 줄을 잊고
쇠사슬도 느슨하게 정오를 지나가요
원하는 것은 없어요
백일홍이 핀 것을 내 눈 속에서 보아요
눈을 반쯤 감아요. 벌레처럼
나는 정오의 세계를 엎드린 개처럼 지나가요
이 세계의 바닥이 식기 전에
나의 꿈이 싸늘히 식기 전에


- 출전_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 1970년 김천 출생.

- 고려대학교 국문과 졸업. 

-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등단.

- 제 21회 소월시 문학상 대상 수상.

-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등.

- 현재 <시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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