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위한 라이브
김민
나는 한때 가구였다. 거실은 하품이 용인되지 않는다. 책장
속의 허무주위와 자유주의는 나와 무관하다. 묵언과 칼처럼
파고드는 침묵을 우울하게 실감할 뿐, 내 집은 나를 가두고 책
장은 나를 세뇌시키는데, 내 사전에 저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가구처럼 트림을 하며, 트림은 내가 할 수 있는 존재의
무기력한 확인일 뿐 그것이 나를, 다시 거리로 내몰 것이다.
그때 너는 의심하지 말기를, 머지 않아 거리에서 불타는 가구
를 목격하게 될테니. 내가 나를 태워 재생되는 생생한 현장을
나는 라이브로 들려줄테다. 다시는 개처럼 짖지 못하도록 다시
는 소처럼 하품하지 않는 역사를 디자인할 것이다. 나의 카메
라가 들려주는 라이브는 쇼가 아니다. 익명의 거리에서, 불타
는 가구의 현장을 라이브로 송신하는 동안, 너는 소파에 누워
비로소 너의 눈을 의심하게 될 테니, 그제야 나는 너를 비웃으
며, 너를 폐기처분할 것이다.
- 출처; 『현대시학』 2016, 5월호에서
1962년 강원도 원주 출생.
2016년 『현대시학』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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