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한가운데였다
조재학
나무 다리 한가운데에 앉아 붉은 오디주를 마시고 있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강물은
오디 속으로 들어간 햇빛처럼 반짝이고
반짝이는 것들은 어지러웠다
얕은 다리가
풀어진 치마끈처럼 강의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고 있었다
뻐꾹새 울음이 치마의 주름 사이로 자꾸 흘러내렸다
다 마시지 못한 술을 강에 부었다
강이 붉었다
그는 물 속으로 스며든 술 향기를 발가락으로 툭툭 차고 있었다
물속에서 슬몃 기포가 올라왔다
그것은 술에 취한 물고기의 노랫가락이었다
강물이 이따금 자신을 흔들며 흘러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바람과 햇빛 속에서 그가 잠시 보이지 않았다
- 시동인지 『현상』2016, 04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수료.
- 1998년 『시대문학』등단.
- 시집; 『굴참나무의 사랑 이야기』『강 저 너머』
- 2013년 '문학의 집 서울' 시낭송대회 대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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