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Na, na - 이경림

heystar 2016. 4. 21. 15:21

                     Na, na


                                                 이경림



   그 때 Na는 무우수나무 아래 모로 누워  na의 마지막을 거두고 있었다.

   na의 筆生 위로 헤아릴 수도 없는 na들이 꽃잎으로 떨어져 내렸다. 

   겨울인지 여름인지 늦가을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na는 늦가을이었다. 겨울이었다. 여름이었다. 이른 봄이었다.


   그 때 na는 na와 깔깔거리며 남대문 근처를 지나가는 단발머리 여중생이었다

   하교길이었다 남쪽의 역사쪽으노 성난 na들이 스크럼을 짜고 독,재,타,도,독,재,타,도, 외치며

어딘지 중앙으로 몰려기고 있었다

   그 때 na는 구경꾼이었다 머지 않은 곳에서 들린 몇 발의 총성이었다

   갈가마귀 떼로 몰려오는 진압군이었다 뿌옇고 매케한 최루연기였다

   그 때 na는 성난 NA가 무서워 방향도 모르고 질주하는 한 마리 토끼였다

   정신 없이 들어선 돔형의 붉은 역사였다 문 닫힌 역사 안에서 사시나무 떠는

   촌노, 소매치기, 시정잡배, 걸인, 불량배, 낙향열차를 기다리는 순박한 아낙

   이었다 그 때  na는 그 모든 것의 化石. 영원이었다. 쥬라기의 어느 바위

   속이었다 刹那로 스쳐간 만년이었다

   역사의 천정에서 누군가 말했다

   '사태가 많이 안정되었으니 집으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그 때 na는 공포에 질린 붉은 역사의 문을 가까스로 열고 나온 텅 빈 광장이었다

   버스 한 대 다니지 않는 거리였다. 최루연기가 폭죽처럼 터지는 길이었다

   타박, 걸어 수세기의 언덕을 넘어 가는 눈물범벅이었다

   그제야 문득 동행이었던 na가 사라진 것이 생각난 허기였다

   불 꺼진 제단의 촛대처럼 검게 서 있는 가로수였다.

   '어느 쪽에서 오는 길이니?'

   na는 대답 대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괜찮니?'

   na는 na의 어깨를 토닥이며 물었다 얼핏 본 na의 눈빛은 누렁고양이처럼 파랬다

   그 때 na는 노랑머리에 파란 눈 인형처럼 흰 피부를 가진 족히 오십은 되어보이는 

   이국이었다. 그 때의 na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 그것이 남기고 간 중얼거림이었다


   어디선가 꽃비가 내리리라 그 아래 필생처럼 몸 벗고 있는 na가 있으리라

   그 때 na는  na가 옷 벗기를 완성활 때 어느 너럭바위 뒤에서 막 태어난 

   늑대새끼였다. 그 곁에 철모르고  피어 오를 붉은 꽃잎이었다.

   방향도 모르고 집적거릴 하늬바람이었다 어디선가 들릴 산 짐승의 울음이었다

   온갖 울음들을 아우르며 隱隱히 잦아들 범종소리였다

   허공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사라질 노을이었다 오랜 밤의 축축한 습기였다

   첫 새벽 나무들의 우듬지를 잡아당기며  홀로 멀고 쓸쓸할 달빛이었다

   먼먼 달의 얼굴을 할퀴며 어른 거릴 달무리였다

   달무리에 가려 잠깐 보이지 않을 둥글고도 노란 길이었다


   그 때, na는 어디로 가나.

   그 때 na는 누구이며 Na는 누구인가

   한 숨으로 나타나고 또 한 숨으로 사라져갈 na와 Na의 

   흰 뼈와 분홍 살들은 모두 어디로 가나

  

   그 때 na는 무슨 할 일이었다

   무슨 할 말이었다

   네 살 봄이 품에 안겨있는 핑키 인형처럼


   요술 공주 핑키 예쁜 핑키 여우 같은 핑키 염통도 없는 핑키

   간도 없는 핑키 쓸개도 없고 밥통도 없는 두부 같은 핑키

   핑키, 핑키

   핑키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닐 핑키


   그 때 na는 그 무엇도 아니었을까 나무와 나무 사이를 떠도는 어떤 기미도

   온갖 na들의 혀 위에서 춤추는 말들의 삐에로도 아니었을까

   아니었을까 민들레 씨만큼의 무게도 없이

   천지사방이었을까 전후좌우였을까


   한 언덕을 다 잡아먹고도 사라지지 않는 Na여

   한번도 본적 없는 Na여


   na의 행렬이 왜 이리 긴가?

   na의 뼈에는 숭숭 구멍이 나는데 Na는 아직 처녀.

   한창 연애 중이라는데


   이봐, 누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na의 뼈다귀를 뜯어먹으며  무슨 짓을 벌이는 자가 도대체?

  

   저기 환장하게 이쁜 na가 껌을 짝짝 씹으며 길모퉁이 슈퍼마켓 문을 들어서고 있는데

   na의 등 뒤에서 등이 활처럼 휜 na가 폐지가 가득 실린 수레에 떠밀려 가는데

   은행나무 아래 수도 없는  na들이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는데.

 

   맞은 편 육교 난간에는 숯불 구이 광고 전단이 미친 듯 떨고 있다

   두렵고 슬픈 na가 천길 벼랑에서 실오라기에 매달려 떨고 있다

   거대한 침대에서 혼곤히 쾌락의 악몽 속으로 들어가는 Na여


   어디선가 몰래 꽃비가 내리고 있다

   늑대 한 마리가 태어나고 있다 

    

 - 출처; 『시와 표현』2016, 2월호에서

    

1947년 경북 문경 출생.

- 1989년 계간 《문학과 비평》〈굴욕의 땅에서〉외 9편 등단.

- 시집;『토씨찾기』(생각하는 백성, 1992) ,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 (세계사, 1995) ,

          『시절 하나 온다, 잡아 먹자 』(창작과비평,1997), 『상자들』(랜덤하우스중앙, 2005),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문예중앙, 2011)

- 산문집; 『언제부턴가 우는 것을 잊어버렸다』외,

- 비평집 『사유의 깊이, 관찰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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