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김기택
구멍의 어둠 속에 정적의 숨죽임 뒤에
불안은 두근거리고 있다
사람이나 고양이의 잠을 깨울
가볍고 요란한 소리들은 깡통 속에
양동이 속에 대야 속에 항상 숨어 있다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굶주림이 있는 곳
몽둥이와 덫이 있는 대낮을 지나
번득이는 눈과 의심 많은 귀를 지나
주린 위장을 끌어당기는 냄새를 향하여
걸음은 공기를 밟듯 나아간다
꾸역꾸역 굶주림 속으로 들어오는 비누조각
비닐 봉지 향기로운 쥐약이 붙어있는 밥알들
거품을 물고 떨며 죽을 때까지 그칠 줄 모르는
아아 항홀하고 불안한 식욕
- 김기택 시집 『태아의 잠』(문학과 지성사, 1992) 중에서
1957년 경기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등단.
시집『태아의 잠』『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소』『껌』등.
수상 - 김수영문학상(1995)과 현대문학상(2001),
이수문학상(2004), 미당문학상(2004), 제 6회 지훈문학상(2006) 등.
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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